2021.1.26.
지난주 부터 아이는 간혹 이가 아프다는 표현을 했다. 아빠가 시간을 내기 어려워 토요일에 예약하려고 했더니, 치과에서는 진료는 가능한데 치료는 어려울 수 있다고 하고, 아이는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코로나19 상황에 걱정되기도 해 그냥 있어보자고 했었다. 1년 전 앞니를 치료한 후 추가로 어금니 치료를 받았어야 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라 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월요일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선생님께 이가 아프다고 했고, 다음날 예약을 하고 치과를 갔다. 엑스레이도 찍고 이런 저런 검진을 했더니, 어금니 4개, 그러니까 아랫니 윗니 양쪽 모두 문제가 있었다. 특히 아랫니 2개 중 하나는 신경치료와 염증치료, 크라운 덧씌우기가 필요한 심각한 상황이고, 나머지 하나도 유사한 상황이라고 한다. 윗니는 썩은 부분을 제거해봐야하는데, 신경치료까지 필요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아이는 처음 육안 검진과정에선 순순히 잘 했는데, 엑스레이를 찍을 때부터 겁이 나기 시작한 듯 눈가에 눈물이 덩그렁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눈에도 눈물이 한 가득. 하지만 이후 마취, 신경치료, 염증치료, 크라운 씌우기 치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본격적으로 치료에 들어가기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영상을 틀고, 치과 의사선생님은 아이를 안고 아이가 치료도구를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해주면서 두려움을 없애주려고 했다. 아이에게 치료 중 움직이면 위험하니 온몸을 고정하고 아빠는 아이의 두 손을 꼭 잡아주고 웃음가스? 인듯한 걸 사용도 했다. 처음 마취주사를 놓을 땐 따끔한 느낌이 들긴했지만 뭔지 몰라 가만히 있었지만 두번, 세번 마취주사를 놓자 아프다는 표현을 시작했다.(나도 치과진료 받을 때 마취주사 맞으면 따금하고 아프기도 했지만 본적은 없었는데, 직접 보니 무섭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아픈데, 아이는 얼마나 아팠을까.....)
아무리 마취를 했다곤 하지만, 어금니가 많이 썩어 신경을 죽이고 긁어내니 아프지 않을 수 없을테고, 아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두려움이 커진 듯하다. 아이가 예상했을 치료 시간보다 실제 치료 시간 길어지면서 아이는 조금씩 목에 힘을 주고 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이제 그만하세요, 아파요, 이제 그만해주세요'라고 하는데, 눈물이 왈칵 나올뻔...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는 아빠 가슴은 미어진다. 엄마는 멀리 떨어져서 눈물 흘리고 있고, 아이는 손에 힘을 꽉 주다가 풀었다가 다시 또 꽉 쥐고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손에 힘이 없어지고, 눈에선 눈물이 주르르, 그런데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으니.... 힘이 완전히 빠진 모양이다. 이게 아이가 혹시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체념하는 걸 배우는 건가 싶어 그냥 이가 아프더라도 그냥 유치니 두는게 더 나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쪽에선 이를 매번 닦게는 했는데, 간혹 제대로 닦지 않아도 그냥 그래 하고 넘어갔던 내 잘못인가 싶기도 하고, 아무리 이를 잘 닦아도 이는 썩을테고, 유치는 곧 빠지니 대충 뽑아버리고 견딜껄 그랬나 싶기도 하고,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들로 머리가 엄청 복잡했는데... 아이는 다시
'그만이요, 너무 아파요...어엉어어엉... 이제 그만하세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은 매우 익숙하고 자주보는 모습이겠지만 아빠는 처음이다보니 이 사람들 제대로 치료하는 건 맞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데 잘 못해서 두번 세번하는거 아냐?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어쨌건 여긴 어린이전문치과니, 그런건 아닐 꺼라는 건 알지만.....)
치료가 끝난 아이는 온몸에 힘을 빼고 아빠 품에 고개를 푹.... 아이 주변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엄마.....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한 아빠.... 온 가족이 총체적 난국.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아이는 다시 뽀로로 영상에 눈길을 주며 마음을 다독이시고... 잠시 찾아온 정적.
'우와~ 이제 치료 잘 받았으니, 자동차 하나 골라볼까요?'
'... 아니요....'
어린이치과에선 치과진료가 끝난 후 아이들에게 자동차 놀잇감이나 반지를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가 치과병원에 흔쾌히 오는 이유 중 하나....
'그럼, 오늘은 자동차 고르지 말고 그냥 갈까요?'
'..아니요..'
'그럼 아빠랑 같이 가서 골라봐요'
아빠랑 같이 자동차 놀잇감과 반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자동차를 유심히 보시지만, 딱 마음에 드는 게 없으신 듯 계속 아니라고만 하시다가, 결국 경찰차를 고르신다. 그리고..... 반지도 골라도 되냐고 물으신다. 이제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신 듯... 반지도 하나 고르신 후 아이는 다시 뽀로로 영상을 보신다.
엄마 품에 아이를 넘기고 이후 치료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3일 후 치료 경과도 보고 다른 아랫니를 치료하고, 그 다음주 상황을 보고 윗니 2개를 치료하자고 하신다. 이 상황을 3일 후 또 겪어야 한다니..... 벌써부터 걱정이....
마취가 풀리면 아플텐데 부루펜을 주면 된다고 하고, 입술이 얼얼해 깨물 수 있으니 주의해달라는 이야길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이는 잠이 오고 배가 고픈지 투정을 부리신다. 아프고, 잠오고, 배고프고..... 엄마 아빠 가슴이 무너진다. 이 쪼그만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앞으로 이 잘 닦겠지?' 라고 말하는 아빠에게 엄마는..
'설마요....'
역시 아이는 금방 잊어버리시고 또 다시 이 닦기를 어려워하신다. 이를 잘 닦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음식을 씹지 않고 입에 머뭄고 있는 버릇이 더 큰 원인이라는 엄마의 의견에 동의하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지겹도록 잔소리를 할 것인가? 아이 스스로 깨닫게(아프면 또 치과가서 치료하고......)하는게 맞을까? 고민을 해보지만 이번에도 그냥 너무 지나치지 않게 이야기를 하고,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한다. 다만, 치과 치료를 받을 때, 아픔은 아이의 몫, 그 상황을 다시 마주해야하는 건 엄마 아빠의 몫인 거고....
마취가 풀리면서 아이는 아파했고, 열이 났다. 혹시나 해서 소아과 병원을 갔더니 목이 부었다고 한다. 치료하는 과정에서 치료소음을 이겨내고 '그만해요'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외쳤으니, 당연히 목이 부었겠지.... 이래저래 고생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는 고통을 견디는 방법,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스스로 알게됐기를......(살아가다보면, 고통과 아픔은 늘 있기 마련인데 이를 피하는 것보다 이를 잘 극복하고 이겨내는 법을 아는게 더 중요하니까..... 머리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마음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