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6.
한 동안 제 시간에 출근하고 제 시간에 퇴근을 해 아이와 놀았다. 그러다 지지난 주부터 일찍 출근에 늦은 퇴근을 하면서, 심지어 주말에도 출근을 하면서 아이와 제대로 놀지 못했다. 기껏 아침에 같이 밥 먹기만.....
아이는 아빠에게 삐치신 듯, 아무리 말을 걸어도 답을 안 하신다. 이 상황이 계속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을 아이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아빠의 욕심인 듯.
문뜩 내가 어렸을 때 기억 속에 아빠가 거의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난 아버지와 그리 친하지도, 심지어 이야기도 잘 나누지 않는다(물론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살갑지 않은 내 성격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내가 내 자식에게 아빠와 친하게 지냈으면 젛겠다고 기대하는 건 말이 안되는 듯, 그래도 나누최선을 다할꺼고 아이가 아빠와 살가운 사이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꺼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난 아이가 나보다 엄마와 더 친하고 암마를 더 따르고 엄마와는 무척 잘 지냈으면 하고 바랐다. 그래서 서운하지만 서운하지 않은 이상한 상황이....
토요일, 오랜만에 아이와 단 둘이 오전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던 아이는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타 아빠와 놀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놀긴노는데, 그리 신나하지는 않는 듯 하다. 모르겠다. 놀고 싶은 만큼 노세요 하고 아빠는 밀린 설겆이를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 이것 보세요! 체리 만들었어요!’
아이는 크레이로 체리를 만들곤 아빠에게 자랑을 한다.
오~ 이제 풀리셨네
설겆이를 멈추고 아이와 같이 앉아 아이가 과일을 만드는 걸 놀라워하며 칭찬해주니, 아이는 점점 더 신이 나신 모양이다. 그러다
‘아빠 수박 만들어주세요!’
그러나 아빠는 아이에게 스스로 잘 만들 수 있다고 응원만 하고, 수박 모양이 있는 그림을 보여주었다. 잠깐 머뭇하더니 이내 수박, 귤, 한라봉, 바나나, 아보카도 등 자신이 알고 있는 과일을 제법 과일 모양이 나게 만드신다. 이제 스스로 봐도 과일 같았는지, 이번엔 핫도그를 만드시겠다고 한다. 엇? 핫도그를 우리는 먹은 적이 없는데..... 아... 그림책....
핫도그를 만드신 후 크레이로 막대를 만드시길래, 지켜보다가 손잡이는 튼튼해야하니 연필이 어떨까? 하며 연필을 들었더니, 바로 가져가서 직접 끼우신다. 이제 아이는 손에 힘이 제법 있어 무언가를 만드는데 재미를 붙이신 듯.
그렇게 아이와 아빠는 다시 친함 모드로 전환.
하지만 이 또한 몇 일 가지 못할 듯.... 아빠는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야하고 그 다음주는 설 연휴 전날까지 야근이 예정되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