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널 HQ Mar 08. 2021

차 없는 등원이 부담되는

2021.3.8.

난 차가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차를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운전을 하는 귀찮음, 그리고 비용이다. 생각해보면 차가 없어 갖게 되는 불편함은 순간이지만 차가 없어 주는 편익은 많았다. 차 안에서 쉴 수도 있었고, 먼 곳으로 가지 않아도 됐고, 들고 올 수 있는 물건 외에는 소비도 하지 않았다. 특히 걸어다니며 내 주변을 찬찬히 구경할 수 있는 게 좋았다. 여기에 존경하는 어떤 분께서 늘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데, 실제 강연을 많이 다니시기에 어쩌면 차가 더 필요하실 수도 있었겠지만, 그 분의 영향, 그리고 나라도 차가 없으면 조금이라도 환경에 도움이 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서 부쩍 차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주변의 이야기와 스스로의 필요성을 떠올리곤 했다. 어딜 가든 차가 있다면 아이에게 조금 더 자유를 줄 수 있고(다른 사람들이 없으니, 아이가 울어도 소리를 쳐도 투정을 부려도 심지어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도), 엄마 아빠의 육체적 부담(아이 짐이 젤 많더라....), 그리고 아이에게 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체험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그런 이유.


그럼에도 나와 아내는 지금까지도 차를 갖지 않았다. 필요에 따라 택시, 그리고 더 큰 차를 이용하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딱 그 순간의 불편함만 어찌어찌 해결하면 또 이내 괜찮아졌다.


아이가 커가니, 또 차가 필요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등원.

아이가 어렸을 땐 아이의 투정도 크지 않고 다른 사람들 역시 이해해주는 면이 켰지만, 어느 정도 크니, 투정 부릴 때 소리도 커지고, 자기 스스로 판단할 줄 알기에 또 얼렁뚱땅 화제 돌리기도 어렵고, 안고 타기엔 무거워지셨고.... 등등. 아직은 셔틀버스를 타고 같이 등원하고 있지만 간혹 시간을 맞추지 못해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지 않겠다고 버티셔서 버스 안에서 생떼를 부리기도 하신다.

살다보면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걸 계속 이야기하지만 아이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울꺼다. 나 역시도 아직 어려운 문제이니, 시간이 또는 경험이 해결해 줄 문제는 아닌....


요즘 부쩍, 차가 있다면 아이가 조금 더 여유있게 등원을 준비하고, 하원 때도 조금 더 여유가 있지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은 등원과정이 너무 부담스러워 그걸 줄이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지만....


아무리 이래도 차를 가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기본적으로 차를 가졌을 때 가져야하는 여러 다른 귀찮음, 특히 그 귀찮음은 계속 될 것이니.... 지금처럼 필요에 따라 택시 등을 이용할 듯. 다만, 어디에서 어떤 체험을 해야할 때, 또는 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모두 차가 있다는 가정에서 짜여질 때.... 그렇게 세상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애가 있으니 차가 있을 꺼야...)에 블퍈함을 느끼겠지...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려한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 먹지만, 등원이 힘든 건 사실. 아삐도 살아 있는 감정을, 그것도 순간순간 잘 조절해야하는 감정을 가졌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가지고 노는 슈퍼윙스 놀잇감이 있다면....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