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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 HQ Apr 05. 2021

너 이렇게 살아도 되니?

스스로 아프려고, 스스로를 찌를 칼날을 찾는 듯...

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심란하다.

주변에서 아무런 이야기도 없는데, 혼자 상상하고 혼자 깊이 생각하며 스스로 아파하려고, 슬퍼지려고 하는 것 같다.


예전엔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지금 내가 스스로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다른 이에게 책임을 돌리며 스스로 아파하고 슬퍼하고 사람때문에 힘들어 했는데, 지금 다시 내가 그럴려고 한다는 걸 인지하게 된다.


조금 긴 오래전 나는 나 자신을 아프게 하면서 당시 주어진 혼란을 모른체 하며 견뎌왔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당시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마주치는 일을 최소화 시키곤 하면서 그 상황을 모면하곤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후 보면, 그 사람은 도대체 왜 내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왜 그를 피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가?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왜 아파하려고 하지? 주변에서 아무도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고,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데, 혼자 왜 내가 왜 혼란스럽고 불안한지, 그 이유를 외부에서 자꾸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지금 나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귀를 쫑긋하고 온 신경을 집중해 상상력을 동원하고 있는 나 자신, 다들 그저 그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다른 이들이 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지금 스스로 불안함의 이유, 뭔가 정리되지 않는 혼란을 어떻게든 설명하고 싶고, 그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고하는 -그래서 그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이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려고 준비하는 듯한- 나에게 살짝 놀랐다.


지금 내가 불안한 이유는 당장 쉽게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 많이 벌어져서 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반면, 내 의지, 노력과 상관없이 해결하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일들이 -아직 벌어지지도 않았지만- 눈 앞에서 예상이 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 어쩌면 그냥 무심히 넘어갈 수도 있을 여러 상황과 감정들이 하나로 뒤엉키면서 '너 이렇게 살아도 되니?'라는 문장 하나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다행인건...... 내가 지금 다른 사람을, 아직 누구인지도 모를 다른 이를 미워하고 싶어하고 있고, 스스로에게도 칼날을 겨누려고 한다는 나 자신을 깨달았다는 점인 듯하다(그런데 나 스스로에게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볼 수 있게됐다는 건, 좋게보면 성숙해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쁘게보면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고 주변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쓰게 된 것이니 자신 스스로의 원함과 감정에 충실하지 못해졌다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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