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26.
아빠는 두 명의 동생들에게 분유를 먹이느라 정신이 없었고, 엄마는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첫째 아이는 저녁을 먹은 후 혼자 놀고 있었다.
들째를 침대에 눕히고 있는데,
‘엄마 물! 물 주세요!’
‘매운 거 먹었어요?’
‘아니요’
‘어? 그럼 뭐 먹어서 입이 불편해요?’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막 셋째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는 터라 첫째에게 갈 수가 없었다.
‘뭐 먹었는지 아빠 보여주세요’
하지만 첫째는 계속 혀를 내밀고 쓰읍씁만 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물을 주시느라 아빠 말을 못 들으신 듯하다.
아주 조금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이야기해보지만 둘 다 반응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셋째를 안고 부엌으로 가서 첫째가 먹은 걸 보는데........ 엇? 과일세척제다. 보통 먹었던 유산균 가루 스틱 봉지랑 차이가 없고 과일 그림이 있으니 과일 가루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얼른 성분을 확인하고 검색을 한다. 이온화칼슘, 천연재료로 만들었으나 먹지마세요. 어느 곳에서도 먹은 후 어떻게 해야하는지 나오지 않는다. 화학성분이 아니니 괜찮겠지 하지만 뭔가 불안했다. 아이 상태를 봤더니, 별 다른 이상이 없다. 배가 아프다거나 기침을 한다거나 토한다거나..... 다행이다 싶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응급실로 갔다.
간단한 문진, 피검사, x레이, 심전도 검사를 하고 대기를 하는데, 아이는 평온하다. 엄마에게 상황을 이야기한 후 아이와 함께 텔레비전을 본다. 아이는 수액을 맞고 있으니 배가 고프지도 않고, 집에는 없는 텔레비전을 맘껏 볼 수 있으니 매우 매우 평온하다.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여기 검은색 보이시죠? 보통 가루는 흰색인데....아이가 변비가 있나봐요, 똥이 많네요’
빵 터졌다. 혹시나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되니 더 웃겼다.
‘아이가 먹은 성분이 혹시 전해질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피검사를 했는데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혹시 배가 아프다고 하면 꼭 다시 병원 오세요’
그렇게 해프닝은 잘 마무리가 됐다.
중요한 건
상황이 발생한 후 아이가
기침을 하면 가루가 폐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으니 바로 병원으로
배가 이프다고 하면 성분이 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바로 병원으로
토하게 하지는 말고, 먹은 게 뭔지 알 수 있는 자료 가지고
평소와 다르지 않게 평온하다면...... 집에서 지켜봐도.....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면 병원으로...
사실 우리 나라 의료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듯..... 물론 누군가의 배려 또는 기여가 있겠지... 아이를 키우다보니, 의료체계 때문이라도 다른 나라로 가긴 어려울 듯.... 비용도 접근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