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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 HQ Mar 19. 2021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돼요

2021.3.18.

아이와 아빠는 신나게 어린집으로 가고 있다. 하얀색과 초록색, 빨간색 보도블럭을 보며, 아이는 흰색만 밟아야하고 아빠는 초록색만 밝아야하는 규칙을 정했다.


중간에 흰색이 너무 멀리 있어서 였을까? 아이가 갑자기 '아빠! 뛰어서 가요' 하더니 이내 달리신다. 앞을 보고 잘 가다가 아빠가 따라오고 있는 보려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아이는 털썩 넘어져 버린다.


천천히 다가가 아이를 일으켜준 후 아이 상태를 살피는데, 어쩐지 울지도 않고 씩씩하다. 예전에 몇 번 그런적이 있었고 생각보다 아프지 않아서였겠거니 하고 슬쩍 '괜찮아요? 달릴 때 앞을 보고 달려야해요, 뒤를 보거나 옆을 보면 털썩하고 넘어질 수 있어요'했더니,


"괜찮아요, 넘어지면 또 일어서고 넘어지면 또 일어서면 돼요"


깜짝 놀랐다.

길을 가다 넘어졌을 때, 엄마나 아빠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그냥 조심해야해요~ 이런 이야기만 했었는데...


아이는 놀이를 하다가 자기 뜻대로 뭔가 잘 안되면 짜증을 내곤 했다. 특히 블럭 놀잇감으로 뭔가를 만들 때, 아직 손에 힘이 없어 제대로 지지대를 만들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하면 만들었던 모든 걸 뒤엎어 버리기도 하고, 울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당장은 화나 울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지켜보다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하면, 생각처럼 안 되는 일이 있는데, 그럴 땐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다시 하면 된다고 알려주기는 했었다.

그 영향이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큰 고민 중 하나가 아이가 살다보면, 자기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일들이 종종 있고 자기 힘만으로 자기 의지만으로 이루지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할 것이고, 그럴 때마다 분노하고 좌절하면 삶이 너무 슬플테니, 중요한 건 실패했다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루지 못했다는 게 아니라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를 알려주는 것이었다.(물론 지금 어른이라고 하는 나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만일 진짜 아이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느끼고 '넘어지면 또 일어서면 돼요'라고 했다면, 아이가 엄청 성장한 것이고, 설사 어린이집에서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결국 자기것이 된 것이니 대견하다는 생각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회복탄력성.... 어떤 상황에서든 결과물이 내 뜻과 다를 지라도, 그 과정에서 쓰러질지라도, 훌훌 털어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과정이 비록 짧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걸 스스로 깨닫거나 자기것화 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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