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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 HQ Apr 12. 2023

날카로운 말과 표정

사람 자체가 싫어지는 사람이 생기려 한다.

한 달 전쯤 사무실에서 폭발했다. 그 동안 쌓였던 감정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일이 방아쇠가 되어 터진건지, 그냥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에게 터진 그 날 이후로 근 한 달간 사무실에서 날카로운 표정을 유지하며 믈어오는 말에 거의 다 칼날을 품은 말을 던지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나는 사악한 나만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말을 하지 않고 가능하면 사람들과 모이는 자리를 만들고 싶지 않아 밥도 안 먹거나 혼자 먹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금 상황이 불편하지 않다. 상급자가 말한대로 사무실은 업무로만 접근하면 내 기분이 어떻든 다른 사람의 기분이 어떻든 서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되니까, 일만 되면 되는거니까.

그런데, 일이나 말만 전달하면 불편할 것도 문제도 없어서 편한데, 같이 뭔가를 해야하거나 뭔가를 알려줘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말에 칼날이 있다보니 의도와 달리 상대가 당황하기도 한다. 그 때마다 지금 내 상태를 설명하는 것도 귀찮고 해서 그냥 날카로운 표정과 말로 대했다. 그래야만 내가 살 것 같아서.


오늘 다른 사람의 글을 봐줘야하는 상황이 생겼다. 말로 하면 날카로울까, 표정관리도 어렵고 해 메신저로 의견을 줬다. 하지만 글로는 한계가 있었고 그냥 내가 고쳐버릴까하다 회의실에서 의견을 전했다.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내 말이 굉장히 차갑고 사무적인데다 표정까지 무표정을 넘어 약간의 짜증이 묻어 있으니 상대가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또 그게 이유가 되어 말이 더 날카롭게 나갔다.


조금 아주 잠깐 미안한 마음에 다독여 주려 주제를 돌려보려했으나, 역시 날키로움은 주제와 상관없이 상대방을 이해시키거나 위로하지 못했다.


어찌저찌 상황을 마무리하니 막차가 끊어졌다. 마음도 돌아볼겸 오늘 있었던 일을 반성도 할겸 걸었다.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내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이 달라질지 알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 당분간은 이 상황을 지속하려고 한다. 오늘 이후로 또 당분간은 혼자 일하면 되니까.


한편에선 조금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사무실을 가는 게 좋지 않겠나? 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번에도 그렇게하면 난 그렇게 대해도 되는 사람이 될 것 같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이 사무실을 관두지도 않을꺼다. 난 이 일이 재밌으니까. 다만 일부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을 뿐이니까.


그런데, 곰곰이 생긱해보니 어렵다기 보다 싫어지는 것 같다. 난 사람 자체를 싫어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한 행동을 싫어하려 노력해왔고 나름 잘하고 있었다. 한 9년 그렇게 새로 사람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이번에 이게 깨지고 있는 듯 하다.


정말 오랜만에 사람 자체가 싫어지는 사람이 생길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난 그 사람을 무시하게 되는데… 그러면 안되는데… 그냥 싫어하기만 하도록 노력해야히나? 무시하는 건 싫어하는 것보다 더 나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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