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19.
아침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이가 아빠를 깨우지 않고 자기 놀잇감만 챙겨 조용히 나간다. 응? 뭐지?라고 잠깐 생각한 듯했는데, 일어나 보니 20분이 지났다.
오늘은 아빠랑만 어린이집을 가야 하는데, 현관문 앞에선 쿨하게 엄마와 인사를 나누고 나왔지만 복도에서 계속 엄마를 바라본다. 한 발 가고 뒤돌아보고 선 흔들고, 한 발짝 움직이고 돌아서 엄마보고, 엄마도 열린 문에 머리를 빼꼼 내밀어 아이 눈을 계속 바라본다. 이제 모퉁이를 돌아야 하니 곧 가겠지?라고 했는데, 뒤로 돌아가서 다시 엄마를 본다. 엄마는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 연인이네, 엄마와 아이가 아니라 연인. 아빠는 지금 뭐? 한 줌의 먼지만큼의 관심도 못 받는 존재. 하지만 뭐 싫거나 서운한 건 아니고...
잘 가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멈춰서 ‘나 엄마랑 갈래!’를 외친다. 헉. 이렇게도 달래고, 평소 길을 걸어가며 인사했던 나무한테 인사하러 가자고도 해보고, 물 웅덩이에서 폴짝 뛰자고도 해 봤으나.... 답은 ‘나 엄마랑 가고 싶어’. 머리를 굴려보아도 답은 안 나올 듯하고, 버스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안아줄까? 했더니, 냉큼 ‘응’. 엇? 이거였나? 걷기 싫었던 건가? 싶었다. 비가 오는 날이라 내 우산, 아이 우산, 내 가방, 아이 가방, 아이는 비옷까지.... 심지어 장화는 조금 커서 횡단보도에서 중간에 벗겨지기도 한 그 고난을 이겨내고 드디어 버스에 올랐으나.... 이 친구는 아빠의 이 힘든 아침은 어디로 보내고, 다시 버스에서 ‘엄마, 엄마랑 같이 가고 싶어’를... 이따 엄마가 일찍 데리러 올 거라는 이야기도, 그 좋아하는 앨리스(앰뷸런스), 프랭크(사다리 있는 소방차)도 먹히질 않는다. 창문에 토끼 그림을 그리며 관심을 돌리려 했더니, ‘돼지, 꼬리 있는 돼지, 그려줘’ 그렸더니, 꼬리를 지우고는, ‘꼬리 찾아봐라’ 하며... ‘내 꼬리 어디 갔나 꼬부랑 돼지꼬리.....’ 노래를 잠깐 흥얼거리기에, 이제 됐다 안심을 하는 순간! ‘엄마, 엄마 보고 싶어!’ 아..... 이런... 결국 영상통화를 했는데, 뭐지? 엄마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냥 끊어버린다. 엄마한테 삐졌나? 근데 왜 엄마만 찾지?라고 생각하자마자, ‘ 나 어린이집 안 갈래, 집에 갈래, 집에서 엄마랑 놀 거야’. 아 이 무슨 일인가.. 어렵게 어렵게 관심이 있던 없던 수많은 이야기를 던지며 엄마 생각을 못하게 하려던 노력에 그나마 무사히 버스에 내렸으나, 어린이집에서도 역시나 집에 가겠다며 안 떨어진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설득에 금방 넘어가는 아이를 보며, 역시! 고생이 많으십니다!! 를 속으로 외치며 아이를 뒤로 하고 출근한 하루다.
엄마를 향한 아이의 그 애틋한 마음, 영상통화를 하며 눈물을 보이던 아이를 향한 엄마의 애틋함. 아빠도 있는데......... 서운한 건 아니고, 아이와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원죄를 반성하는데, 이게 내가 반성한다고 달라질까 싶으니, 그냥 수긍하는데, 다행인 건 아이가 그래도 아빠랑도 놀자고 한다는 거.
아침에 아이가 아빠를 깨우지 않은 이유는...... 아빠랑만 어린이집에 가는 걸 원하지 않으시는 듯.... 오늘처럼 아빠를 깨우지 않는 날은 거의 아빠랑만 어린이집을 가는 날이었던 듯....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가 맞는 듯(여기서 엄마는 오랜 시간 아이와 함께하고,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