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정의 날

2020.5.20.

by 채널 HQ

#아침

아빠를 깨우는 걸 보니, 오늘 엄마랑 같이 가나보다. 엄마 아빠가 이야길 하는데, 불쑥 ‘싸우지 마!’ 엥? 그냥 치과예약 이야길 했을 뿐인데...


#등원 길

엄마랑 같이 간다며 기분 좋게 집을 나섰다. 심지어 머리가 추우면 안 된다며 해열패치랑 손소독젤 챙긴다. 머릿속 논리구조가 무척 궁금하다.

오늘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 보수공사가 있었는데, 막 뛰어가서 유심히 구경을 한다. 아빠도 엄마도 처음 보는 거라 같이...

셔틀버스 타는 곳에 거의 디 왔을 무렵, 물론 시간은 거의 맞춰서, 엄마와 아이가 갑자기 투닥거리다가 아이가 ‘어린이집 안 갈래, 집에 갈래’... 이건 또 뭐지? 셔틀버스 시간이 다가오니 조급해진 아빠가 중재에 나서지만 실패, 역시 안중에도 없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참..... 갑자기 아이가 바닥에 앉곤 ‘엄마한테 삐졌어’ 흥 하고 고개를 돌린다. 엄마는 교육 때문인지, 진짜 짜증이난 건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아이가 아닌 아빠에게 짜증을 낸다. 어? 이건 늘 벌어지는 일이라 이젠 좀 익숙하....... 지 않다. 당황.. 멀리 떨어져야 한다. 이 때는. 엄마와 아이가 같이 길에 앉아 뭔가 협상을 한다. 그러곤 이내 둘이 안아주고 안기고..... 아무리 생각해도 연인 맞다.


#어린이집

오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간식을 약 45분간 먹었다고 한다. 음식을 입에 넣고 씹지도 않고 삼키지도 않기를 무한 반복하며... 물론 스스로 먹지도 않는다. 선생님이 옆에서 먹여주신다고.. 아이고 죄송해라... 선생님 진짜 고생이시겠다.... 미안하고 또 미안한데, 심지어 다른 선생님은 안된단다. 결국 간식을 먼저 다 먹은 같은 반 친구 열댓 명은 아이가 간식을 다 먹길 기다리는데, 15분이나 복도에서 할머니 선생님과 같이 있었다고.... 열댓 명의 아이들이 복도에 가만히 있었을까?? 휴... 결국 간식을 들고 교실로 갔는데, 거기서도 한참을 먹었다고. 선생님이 잘 이야기하고 설득도 해서 다음부턴 꼭꼭 씹고 잘 삼키겠다고 했고 점심땐 그나마 잘 했다고는 하는데...

어린이집 등원 후 2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다시 그냥 아이로 돌아왔다고... 아이를 대신해 사과드립니다 집에서 잘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원 시간에 선생님께서 엄마를 붙잡고 15분 동안 해주신 이야기란다.

(이 글을 남기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아이가 컸을 때 네가 이랬다는 걸 보여주자는 목적도 있는..)


#아마도

아침 등원 길에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아이 스스로 그렸던 그림대로 안 된 게 있어서였을지 아닐까 하고 선생님도, 엄마도, 아빠도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아침에 엄마랑 화해한 게 해결이 아니라 유보였던 걸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잘하고 있겠지?

퇴근 후 아내와 이야길 하면서 우리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게 맞나? 뭔가 잘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이야길 나누다가, ‘당신, 정말 잘하고 있는 부모야’라고 말해주었는데, 사실 확신이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아이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키울 수 있을까(공부 잘하고 능력 키우고 뭐 이런 거 말고, 험할 수 있는 세상에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책임지고 쓰러지더라도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사람..)를 고민하는 게 잘하는 거라는, 맞을 듯하다는 막연한 생각에.. 어쨌건 현재 상황에서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건 엄마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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