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을 찾은 아이

2020.5.21.

by 채널 HQ

#아침

스윽... ‘아빠, 파란 오토바이 만들어주세요..’, 어젯밤 블럭 놀잇감에 빠지셨다고 하더니, 아직 못다한 미련이 아침까지 남았나 보다.... 이때 시간은 6시 30분...... 보니 오토바이를 만들기엔 블록이 뭔가 많이 어설프게 있다. 설명서에 있는 블록은 이미 그 역할과 자리에 관계없이 아이가 원하는 모양으로 사용완료. 에잇, 그냥 있는 블록들로 대충 비슷하게 만들어서 보여준다. ‘와! 오토바이다! 또 만들어주세요!’, 블럭이 없는데 어떡하지? 그랬더니, ‘그러네, 왜 형아는 블록을 이렇게 조금만 줬지?’ 그런다. 사촌 형이 물려준 블럭인데, 명절에 사촌 형 집에서 본 많은 블록을 기억한 듯.

또 갑자기! ‘이거처럼 집 만들어보세요!, 내가 이 집 만들었는데, 멋지지?’ 블럭을 크기에 맞게 직사각형으로 높게 올리기만 한 그 집을 멋지다고 해야하는 싱황.... ‘멋진데?.....’

그렇게 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아침을 먹는데, 준비한 재료로 그림을 그린 단다, 자기 접시에 재료로 눈, 귀, 머리카락을 만들곤, 엄마 아빠 꺼도 만들어주신다.

아이가 음식재료로 그린? 만든 누군가의 얼굴

이거 너무 감동이라 이 그림을 먹어야 하나.... 자기가 먹는 거랑 똑같이 먹으라신다. 하하하. 세 명이 모두 똑같다며 까르르.. 하하....... 그러다, 이제 출근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된다 오늘은 또 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참 기대된다.


#등원길

갑자기 곰돌이 가방을 가져가겠다고 한다. 비타민과 함께. 출석 확인을 위한 장치를 붙여 놓은 어린이집 가방은 꼭 가져가야 하다 보니, 가방이 두 개다. 설득 실패. 아이가 앞뒤로 가방을 짊어진다. 과연 끝까지 자기가 가지고 갈까 싶지만....

일단 출발. 갑자기 꽃 앞에서 멈추곤 ‘엄마, 사진 찍어주세요!’..... 엄마는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이랑 사진 찍기에 푹, 아빤 또 시간 가는 줄 알지만 사진 찍히는 아이와 찍는 엄마를 찍고 있다. 뭐 이 가족이 사진 찍는 일반적 모습. 늦었다.

뛰게 해야 하는데..... 와우! 저 멀리 횡단보도 인근에서 신호등 교체 공사를 또 한다!! ‘와! 신호등 교체하나 봐~ 우리 빨리 가서 볼까?’ 이번엔 제대로 먹혔다. 최선의 10분의 1정도의 힘을 들여 뛰었다.

심지어 오늘은 아빠 손도 잡아 주신다! 와우 황송합니다. 오늘 기분이 무척 좋으신 듯.

그럭저럭 또 무사히 셔틀버스를 탔다. 오늘은 셔틀버스 안에서 무척 얌전한 척이다. 이틀 간의 노력이 아이에게 인정받은 듯한 느낌이... 휴.


#씩씩하게 입장

버스에서 내린 후에도 잘 걷는다. 물론 엄마 아빠 손 꼭 잡고. 가방은? 곰돌이는 아이가 출석 확인용은 아빠가......

요즘 부모들은 어린이집 안에 들어갈 수 없고 선생님들이 문 앞에서 아이를 각자 반으로 데려다준다. 오늘 아이의 지난해 담당 선생님이 계셨는데, 선생님을 외면하려 한다. 월요일부터 보인 증상이라고..... 아마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을 때, 한 살을 더 먹으며 다른 반으로 가야 하는데, 제대로 인사를 못해서 인 듯, 아이 입장에선 자기랑 낮 시간 같이 잘 놀아주던 선생님이 오랜만에 갔더니 며칠을 가도 안 오니 서운했을 거라고.... 근데, 오늘은 못이기는 척 슬쩍 선생님 손을 잡고 들어간다. 하하하


#어린이집

오늘은 어제 약속한 꼭꼭 잘 씹기, 잘 삼키기를 참 잘했다고 한다. 투정도 안부리고....


#집

오늘 갑자기 큰소리를 냈다고 한다. 블럭이 자기 뜻대로 안 되니 짜증이 나신 듯, 예전에 보이지 않던 행동이라 당황할 뻔했으나, 못 들은 척하고 반응을 안 보이고, 다시 크게 짜증을 내길래, ‘천천히 말로 이야기하면 알아들을 수 있는데, 크게 소리 지르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어떡하지?’ 하고 일단 타일렀다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맞지 싶긴 한데,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아이가 잠들기 전에 집에 와서 아이가 잠자리에 가기 전에 꼭 안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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