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필요한 아이의 시간

2020.5.25.

by 채널 HQ

#아빠 깨우기

오늘 아침, ‘아빠! 왜 누워 있어요? 어디 아파요? 어? 흡흡, 흡흡 해야해!’ ....... 흡흡은 심폐소생술... 어딜 가든 심장충격기가 보이면 일단 멈춰서 유심히 보셨고, 지하철에서 영상이 나오면 집중해서 보셨다. 드디어 보기만 하던 심폐소생술을 직접 시행하시는데........ 하하 흡흡은 가슴압박, 흡흡은 뽀뽀. 하하 침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빠 입술에 뿌리시며 흡흡을 하신다. 역시 무한반복. 언제 끝나요? 하니, ‘엄마가 아침드세요!’ 하면 끝이라고, 아빠가 엄마를 애타게 불렀으나, 엄마는 못 들으셨는지, 못들은체 하시는지...... 뭐 나쁠 건 없다. 하하


#등원길

진짜 마음 막고 평소보다 딱 10분 먼저 나섰다. 물론 엄마와 함께. 어? 새로운 세상이다. 어른들에게 맞는 필요한 시간이 아닌 아이에게 맞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매일 아침 등원 길에 늦을까 조마조마하다보니 조급해지고 아이가 길에서 잠시 머뭇거리는게 불안했는데, 고작 10분(물론 아침 10분은 오후 1시간이지만...)을 서둘렀더니, 아이가 등원길에 하고 싶은 걸 거의 다 한다. 그리고 그렇게 했더니, 버스 안에서 투정도, 어린이집 들어가는 입구에서 투정도 없다. 오우!! 물론 오늘 하루를 보고 딱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세상 새로운 경험에 엄마 아빠 모두 놀랐다.

다리 아프다고 안아달라고 했지만, 어른이 시간 여유가 있으니 안 안아주고 걷도록 유도할 수 있고, 아이는 ‘어라? 아침에 멈춰 안아달라고 하면 조금 있다 안아주더니... 오늘은 뭐지?’ 라고 했을지도... 나뭇잎 사이로 하얀꽃잎이 살짝 보이길래... ‘우와! 하얀 꽃이다!’ 그랬더니, 어디어디하면서 달려온다. 그리곤 향기도 맡아보고 유심히 본다. 그리고 아빠에게 ‘아빠 이거 보여줄게요, 이리 와 보세요’ 한다. ‘벌레가 여기 숨었다가 훅 도망갔어요, 왜 그러지?’ 계단 밑 귀퉁이를 가리킨다........ 아무 것도 없다. 엄마 말로는 어제 여기서 벌레를 보고 무서워 무서워 했다고....

길 건너 아파트 단지 안에 작은 놀이터를 보곤 가보겠다고.... 평소였으면, 시간이 없어요 했을텐데, 오늘은 ‘그래! 가볼까요?’ 하고 갔다. 미끄럼틀 한 번, 말 타기 한 번, 고래 타기 한 번, 조금 기다리니, 곧 이제 가자고 한다. 오~~ 이거였어! 그냥 잠시 자기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거였어!! 그렇게 아주 수월하게 아이도 만족하고 엄마아빠도 만족한 상황이 된다. 내일 부터 10분 일찍 출발하자고 다짐을 한다......만 이게 다짐한다고 된다면 참 좋겠는데.... 노오력하기로!


#어린이집

오늘 할머니 선생님께 재워달라고 했단다! 오~ 역시 아침에 여유를 갖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시더니, 아량이 넓어지셨나보다!! 역시 아침 10분은 정말 중요해!!


#퇴근버스 놓쳐.....서

밀린 자료 정리하다 퇴근버스 시간을 깜빡해버렸다. 덕분에 다행히 아이가 잠들기 전에 도착해... 아주 잠깐 아이와 단어 거꾸로 말하기(물론 아이가 단어를 말하면 거꾸로 말해야하는 건 아빠다)를 한다. 타요! 요타! 프랭크랑 앨리스랑! 랑스리앨 랑크랭프!.... 언젠가 아빠가 심심할 때 아이한테 장난친다고 캐릭터 이름을 꺼꾸로 말했더니, 간혹 요구하시는데..... 점점 문제를 어렵게 내신다! 심지어 캐릭터 이름을 바꾸거나, 이름에 ‘똥’을 넣으신다........ 토마또옹!!! 똥마토! 라고 했더니.... ‘아니잖아!’ 응? 아하! 스마토! ‘맞아 맞아’ 이런 식이다. 고난도다. 나중에 나도 어려운 문제 내고야 말꺼다!


#아이의 시간

아이의 시간이 어른의 시간과 다르다는 걸 말로는 듣고 글로는 읽었지만 실감한 건 처음인듯(물론 몇 번의 경험이 있었겠지만.... 오늘처럼 강렬하지 않았을지도) 아이도 버스 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걸 스스로 아는데, 그 동안 어른의 시간을 강요했었나 싶다. 당분간 10분 일찍 나서보기로 한다.


참! 오늘 정말 처음으로 엄마가 자전거를 타고 귀가를 하셨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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