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랑

2020.5.29.

by 채널 HQ

어젯밤 아내 투닥거리고 화해를 못한 상태에서 잠이 들었었다. 어색한 아침 시간......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해 본다.

‘엄마가 아빠한테 말을 안 하네, 어떡하지... 엄마한테, 아빠한테 말하라고 해 주세요’

.......

아이는 어? 뜬금없이 뭐지? 라는 표정으로 씹기를 잠시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빠를 멍하니 쳐다본다가 엄마에게 부드러운 눈빛을 건넨다.

답이 없길래, 이해를 못했나 싶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하는데.... 차분한 얼굴로 아빠에게...’나는 아빠를 사랑해요...... 그런데, 엄마를 더 사랑해!’........라며 완곡한 거절을 하신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아빠는 전혀 신경 쓰지않는다. ‘맞아요, 아빠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아빠도 조금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엄마가 아빠한테 말을 안 해요, 어떡하지?’라고 다시 도움을 요청했다.

한 참을 고민하시더니, ‘난 아빠도 사랑하지만, 엄마를 제일 많이 사랑해’하면서 엄마 품에 쏙 안긴다. 두 번을 거절한다. 스스로 아빠가 평소에 얼마나 못했으면 저럴까 하고 생각하는 찰나!

아내가 피식 웃고만다. 설마 아이가 이걸 노린 걸까?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엄마의 기분이 좋아지는 걸 알고, 아빠를 대신해 마음을 풀어주신......은 깨뿔....그냥 아이는 진짜 엄마를 더 사랑하는거다.


엄마는 늘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는데 반해, 아빠는 잘........ 아이가 ‘엄마 사랑해요’ 하면 옆에서 ‘아빠는?’ 하고 마니, 당연한 거 아닐까?


(잠시 아빠)

늘 그런 생각을 했다, 아이가 아빠보단 엄마랑 친했으면 좋겠고, 엄마를 더 많이 닮고, 엄마를 더 챙겼으면 하고............... 한국땅에서 엄마에게 가족은 아빠랑 아이뿐인데, 남편이라는 놈은 일하느라 많이 놀아주지도 많이 챙겨주지도 못하니, 남편놈이 못 챙길 땐 남은 가족인 아이가 엄마를 챙겨야.... 남편놈은 그래도 한국땅에 형제가 있으니....


(다시 아이)

‘오늘 아빠랑만 어린이집 갈까?’ 했더니, 역공이 들어온다......’오늘 아빠 혼자 일찍 간다고 했잖아, 엄마랑만 갈래!’..... 원하는 것과 현실을 여전히 같은 걸로 인식하는 나이라지만.... 앞말 말고 뒷말에.. ‘엄마랑만 갈래’라고 말하는데, 정말 진지하다. 다시 한 번 물어봐도, 역시나.... 근데,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어차피 엄마랑 아빠랑 같이 가야한다는 걸... 두 번째 답에선... ‘아빠도 같이 가요’ 하고 씨익 웃는다.

아이가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방법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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