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취한 아이, 잠투정

2020.6.6.

by 채널 HQ

아빠는 어렸을 때 잠투정이 심했다. 졸릴때와 깨기 직전에 정말 심하게 심통을 부리고, 짜증을 냈다. 안 그래야지 마음을 먹지만 잘 고쳐지지 않았던 잠투정, 지금도 조금 남아 있긴한데....


아이는 잠이 오면 투정이 아니라 조증이 되시는 듯.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약간 흥이 오른 듯한 모습으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시며, 조금 높은 톤의 목소리가 나오신다. 조금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인사도 잘하고(평소엔 낯 가림이 좀 있으신 듯)..

아이는 간혹 ‘난 졸린 땐 안 자고 싶고, 밥 먹을 땐 자고 싶어’ 라는 말을 하는데, 밥을 먹다 잠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이가 썩으니 자기 전에 치카치카를 시키는데, 그러다 깨 버린다. 그리고 안 자는..... 딜레마... 아빠 생각은 그냥 재워야 한다. 그 때를 놓치면 못잔다.(잠이 많은 아빠도 그렇기에) 근데 엄마는 칫솔질은 꼭 하고 자야한다는 입장이다보니......잠 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오늘 점심을 먹으며 아이가 눈을 반쯤 감고 음식을 씹다가 눈을 완전히 감고 씹다가 눈을 부릅뜨고 씹다를 반복하다 엄마 품에 안겨 반쯤 잠이 들었다. 우선 재우고 일어나면 칫솔질....... 이야길하려했으나 엄마는 졸고 있는 아이에게 계속 밥을 주신다. 자다가 배고프면 일어난다며....(낮잠인데, 조금만 자도 되는데.....), 결국 주어진 양을 어느 정도 다 먹고나서 치카치카를 하는데, 깨신 듯 하다. 잠 때를 놓친 거다. 결국 낮잠을 안 주무셨고, 오후에 잠에 취하셔서 약간 흥분된 상태로 엄마 아빠를 즐겁게 해 주셨다. 엄마 아빠는 혹시 발생할 사건에 대비해 아이를 평소보다 빨리 재웠다.


아이는 잠 때를 놓친 상황에서 배가 고파지거나,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하나 생기면 잠투정으로 돌변하신다. 그러면 감당이 진짜 어렵다. 엄마는 나쁜 것만 아빠를 닮은 것 같다며 아이에겐 잘못이 없다는, 원죄는 아빠에게 있다는 표현을 간혹 하신다.


지난해, 어린이집에서 부모들을 초청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시작 시간이 오후 6시고 끝나는 시간이 저녁 8시였는데, 이게 묘하게 아이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가는 시간이랑 겹치는 상황이었다.

간식은 있었지만 저녁 식사 수준은 아니었고, 행사에 참여하면서 움직였으니 배가 고팠을 거다. 거기에 이제 졸릴 시간인데, 아직 다른 친구들,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있으니 조증이 지속되면서 나름 즐거움을 만끽하던 아이는.... 행사가 끝나고 집에 가야하는 시간이 되자, 투정이 시작됐다.

집에 안가고 어린이집에서 놀겠다며, 아무도 없어도 혼자 놀겠다며, 엄마 아빠는 집에 가라고 하는데, 이래도 저래도 안 되니, 엄마는 진짜 일어나서 아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 가버리고, 아이는 크게 울고 있는데, 선생님들은 뒷정리로 바쁘시고, 이게 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안절부절못하다가..... 문뜩 어렸을 때 내가 부린 잠투정, 그게 해결되는 건 그냥 자는 것 외에는 없었던 기억이 나, 무작정 아이를 안고 택시를 탔는데...하.. 집에 가는 내내 택시 안에서도 투정이 멈추질 않고, 택시기사 아저씨한텐 미안하고, 엄마는 여전히 화가 안 풀려 있는데, 아이는 아빠가 아니라 엄마한테 간다고 하고, 엄마는 모른 척하고 있고, 그 정신 없는 상황에서 아빠는 짜증이 밀려왔지만, 아빠만이라도 일단 제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하니, 이 말 저 말로 아이의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를 계속했었던 기억이.....


결국 아이가 집에 와서 잠이 들어서야 상황이 마무리 되었는데, 그 때가 현재까지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잠투정을 부린 날이다. 그 이후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배고픔과 잠옮이 같이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이가 졸린다 싶으면 일단 간식을 준다. 언제 배고픈지 모르니, 그냥 졸리면 배를 채워주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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