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7.
#엉덩이 신호등
아이는 아직 응가를 잘 싸지 못한다. 소화력이 다소 부족하다며 유산균을 매일 먹으라는 이야길 들었다. 그런데, 우유 알레르기가 있어 요구르트는 거의 먹질 못한다. 결국 채소를 많이 먹게 하는 것 밖에 방법이 별로 없는데, 아이도 이 사실을 잘 안다.
오늘 아침 아이는 응가를 하기 위해 변기 위에 앉았는데, 응가 책도 같이 보고, 노래도 같이 부르며 노력했지만 응가가 나오질 않기에, ‘이따가 다시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아니, 내 엉덩이에는 신호등이 있는데, 지금 빨간 불이라서 안 나오는데 조금 있으면 노란불이 들어올 거고 그럼 응가가 나올 준비를 할까야, 그리고 초록불이 들어오면 그때 응가가 나오는 거야’ 라며 조금 더 있겠다고 하고 결국 응가를 했다!
엉덩이 신호등이라니!!!
#빨간 날
안 쓰는 다이어리를 그림 그리거나 낙서하러고 줬는데, 달력을 보더니, ‘아빠 일하러 못 가게 다 빨간색으로 칠할 거야’라고 하며 책상으로 간다. 한참을 집중하신 후 가져온 다이어리엔 12월과 1월이 모두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아빠, 이제~ 빨간 날이니까 집에 있어, 알았지?’
‘어~ 그런데, 지금 6월인데, 빨간 날은 12월이랑 1월이라서 아빠 일 하러 가야 하나 봐~’
‘........’
모른 척하신다. 그러곤 아빠 일 하러 가지마를 반복하신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슬퍼서
다리가 아프다, 힘들어서 못 걷겠다고 안아달아고 할 때, 이런저런 시도로 스스로 걷게 했더니, 오늘 갑자기, ‘엄마, 나 슬퍼서 걸을 수가 없어요, 하나는 안아주는 거고, 하나는 업어주는 건데, 어떤 거 해 줄래요?’라고 엄마랑 이야길 한다. 선택의 여지를 주질 않는다. 슬퍼서 걸을 수 없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선택을 두 가지로만 제안한 건 또 어디서 배우셨는지...
#가방 하나 들어줄게
‘아빠, 가방 하나 들어줄게’ 요즘 집안일을 즐거워하고 짐 드는 걸 좋아하시기에 그런 줄만 알았다.
‘엄마, 아빠, 우리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열, 열하나, 열 둘,...... 열 일곱하자!’
아 이거였구나, 엄마 아빠 손을 양쪽에 잡고 숫자를 센 다음 팔을 위로 들어 올린 후 그 숫자만큼 또 앞으로 가는 놀이가 하고 싶었던 거였다. 아빠 양손에 짐이 한 가득 있으니, 안 해줄 거 같아서 아마 하나 달라고 한 모양이다! 하 대체 이렇게 삶을 대하는 처세는 어디서 배우는 걸까?
이 모든 일이 오늘 하루 벌어진 일이다.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다. 물론 재밌기만 한 건 아니기도....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나면 정말 마음이 푸근해지고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