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22.
어제 아빠가 우울한 걸 알았나보다. 일찍 아빠한테 와서 조심스럽게 ‘아빠, 배꼽은 왜 있어요?’ 라고 물으며 가슴위로 올라온다. 엄마 배속에 있을 때 영양분을 주는 줄이 있었고, 밖으로 나온 다음 자르고 난 흔적이라는 설명을 네 번째하고 있다. 알면서 아빠한테 말 걸려고 물어본 건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건지....
이른 출근이 필요해, 아침 인사도 대충하고 나왔다. 하루 종일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첫 퇴근버스를 놓치고 마지막 버스를 탔다.
집에 오니, 평소와 다르게 아이가 문 앞에서 엄청 반갑게 안아주며 맞아준다. 아이는 아빠가 아직 우울한 걸 알고 있었고 아침에 이어 저녁에도 아빠를 위로해 주고 싶었나보다. 아빠 혼자 늦은 저녁을 먹는데, 앞에서 우쿨레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준다. 그것도 아빠에게 한 번도 들여주지 않았던 노래를 두 곡이나 불러주신다. 율동과 함께. 어제 그 우울했던 마음은 어디로 간거지?
아이가 있을 땐, 우울한 모습 보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아빠의 상황을 인지하고 그걸 풀어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한편에선 아빠의 눈치를 본개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냥 아빠가 이래서 우울해 라고 말할 껄 그랬다. 아빠도 엄마도 감정을 차분히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도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말하지 않을까? 어제처럼 아빠가 뚱하고 있고 아이가 알아서 눈치 채고 풀어주면 나중에 아이도 자신의 감정을 잘 말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