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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계형 개발자 Aug 26. 2018

축구선수와 개발자의 커리어

'개발자의 커리어를 고민합니다' 매거진을 시작하며

어릴 적 저는 소위 공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던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점심시간은 물론이거니와 수업이 마치면 동네에서 볼좀 차는 아이들을 모아 주차장에서 축구를 했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의 매일 공을 차면서 놀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축구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축구 선수와 보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 국가대표 경기가 있을 때면 가장 어린 붉은 악마가 되어 열성적으로 응원을 하곤 했었지요. 축구에 빠져 있었던 만큼 저의 꿈도 자연스럽게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저는 축구를 사랑한 만큼 잘하지는 못했습니다. 같은 또래에선 평균 이상 축에 속하긴 했지만 선수를 목표로 하는 친구에 비해선 축구선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가 현저히 부족했습니다. 피지컬이라도 훌륭하면 기대를 걸어볼 만도 했을 텐데 당시의 저는 왜소했고 제가 받은 유전자로 미루어 봤을 때도 희망적이지 않았습니다. 웬만하면 긍정적인 의견을 주시는 축구부 감독님도 고개를 절레절레하시는 걸 보고 저는 축구선수의 꿈을 깔끔히 포기했습니다.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그때 노려보기로 하지요.

주차장에서 축구 할 때 흔히 벌어지는 참사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저는 제가 축구선수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운동장에서 축구화를 신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축구팀이 다음 상대팀의 전력을 분석하고 이를 대비한 전술 훈련을 하며 경기장에서는 훈련한 내용을 바탕으로 플레이하는 것처럼 저도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프로젝트에서 사용할 기술을 스터디하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회의를 하며 배운 지식과 논의한 내용을 활용해 코드로 옮깁니다. 뿐만 아니라 몇몇 선수들은 팀 훈련을 마친 후 예전 경기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들 예를 들면 몸싸움이나 프리킥 능력을 키우기 위해 추가 연습을 하는 것처럼 저도 퇴근 후에 일하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나 평소에 공부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기 위해 시간을 씁니다. 축구선수와 개발자가 일하는 방식은 여러모로 비슷한 것 같습니다.

두 선수의 현재 모습은 꾸준한 자기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직장인으로서의 커리어도 비슷합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꾸준한 노력으로 월드컵이나 국제 대회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인 선수들은 이전 구단에서 받던 연봉보다 더 좋은 조건의 오퍼를 받고 더 유명한 구단으로 이적하게 됩니다. 반대로 체중관리에 실패해 매일 잔부상을 달고 다니며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하는 선수는 감독의 관심 밖에 밀려나 방출되고 하위팀을 전전하다가 결국 이른 나이에 은퇴하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개인 시간을 써가며 꾸준히 본인의 역량을 키운 개발자는 더 좋은 복지 조건을 갖춘 회사로 이직할 수 있고 반대로 현실에 안주하며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는 게으른 개발자는 빠른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소프트웨어 사회에서 경쟁력을 잃고 맙니다. 축구선수와 개발자 모두 본인이 가진 실력만큼 성과를 낼 수도 있고 또는 도태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직업군과 달리 본인이 가진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내가 노력한 만큼(물론 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나의 삶을 바꿔 볼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노력을 해야 할까요? 개발자의 능력은 축구선수의 평점이나 골처럼 객관적인 스탯이 없습니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잘하고 있는 걸까요? 만약 잘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이 정도 해요'를 어떤 식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노력에 앞서 잘하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도 난감합니다. 축구선수의 포지션은 없어지지 않지만 개발자의 전공 분야는 시대에 따라 없어지기도 하거든요. 시장의 수요가 없는 분야를 선택하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들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습니다. 단순히 좋아하는 걸 하기에는 리스크가 큽니다. 

개발자가 된 순간부터 무한 루프에 빠진 것 같습니다

개발자는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 걸까요? 과연 제가 선택한 분야가 미래에도 수요가 있을까요? 제 능력은 어떻게 키워가야 하는 걸까요? 이 질문들이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을 때부터 제 머릿속을 맴돈 의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쉽지만 아직까지도 정답을 찾지 못했습니다(과연 정답이 있기는 할까요) 하지만 선배 개발자들과 일하면서 경험한 것, 다른 분야의 개발자 커뮤니티에 참여해서 보고 들은 것 그리고 혼자 삽질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통해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답을 찾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민만 했을 때보다는 마음도 편하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개발자의 커리어를 고민합니다' 매거진에서는 제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나름대로 제가 찾은 답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여태껏 작성한 브런치 글은 '~입니다', '~해야 합니다'로 끝나는 문장이 많았는데 이번의 매거진의 글은 '~ 인 것 같습니다', '~이지 않을까요?'로 끝나는 문장이 많게 될 예정입니다. 정보가 명확한 지식이나 논리가 잘 정돈된 글과는 달리 이번에 쓰는 글들은 아직 저 스스로도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쩌면 초등학교 때 쓴 일기처럼 이 매거진에 쓴 글을 10년 후에 다시 보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제가 가져왔던 고민을 정리하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저는) 봅니다. 그리고 제가 내놓은 '나름대로 찾은 답'이 다른 개발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또는 이것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 매거진은 완결이 없습니다. 지금은 아래의 주제를 담은 글을 쓰려고 합니다만 새로운 고민이 들면 글은 언제든지 늘어날 예정입니다. 아직까지 정답을 찾지 못해 글의 주제는 대부분 의문형입니다.


최신 기술 트렌드.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걸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정말 괜찮을까?

40대 이후에도 지금처럼 개발할 수 있을까?

개인 블로그를 통해 성정하기

인문학적 소양이 정말로 개발자에게 도움을 줄까?

내가 가진 전문성을 홍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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