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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 Nov 25. 2022

직업인과 믿음에 관한 단상

자신감은 어떻게 나를 해하는가?

신뢰받는 것은 기쁘다.

신뢰 욕구는 인정 욕구와 더불어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인정 욕구의 범주에 들기는 한다만)


개인적으론 신뢰를 사기 위한 몇 가지 처세도 가지고 있다.
별건 아니지만, '절대로' 지각하지 않기 / 있어야 하는 시간에, 있어야 하는 곳에 있기 정도가 있겠다.

내가 한 좋은 성과의 일을 사람들에게 과하지 않은 선에서 드러내기도 내 처세의 일종이다.

나는 내가 수행한 프로젝트의 성과가 왜 잘 나오게 되었는지를 '팀원들에게 도움이 되게끔' 보고서 형식으로 공유하는 방법을 취한다.


신뢰에는 방향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외부로 향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내부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내부로 향하는 신뢰를 자신감(自信感 / self-confidence)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감 있는 태도와 성공을 등치로 생각하며, 그렇게 배워온다.

덕분에 나처럼 거북목이 있는 사람들은 잔소리 듣기 딱 좋다. 보는 사람마다 등을 두드려대니 등짝이 잠잠할 날이 없다. 마치 다들 내 모가지 각도와 성공의 각도가 정렬된다고 믿는 것처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꾸준하게 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감이 조금은 떨어지는 사람들인 듯하다.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들은 테스크를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마법의 소라고둥이 없어 테스크를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잘해야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아는 것이며, 이 테스크가 성공한다면 변화될 지표를 정의할 수 있는 정도다.

요즘 게으르게 읽고 있는 '노이즈'에도 나와있듯,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쉬운 상황으로 대체하여 생각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아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으로 둔갑한다.

심지어는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안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생긴다.


자신감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들은 자신을 의심한다. 자신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명제를 쪼개어서 생각한다. 자신이 어디까지 모르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해결해야 하는 진짜 문제를 정의한다.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적합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질문이 많아질수록, 성장의 밀도가 높아지며, 빨라진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계단식으로 성장한다.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사람들 스스로는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그러나 어느 날 보면 놀라울 정도로 달라져있다.


세상에 무조건은 없기 때문에 (한국에 2:0으로 진 독일이 일본에 2:1로 질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자신감이 강하면 무조건 성장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요 몇 년간 겪었었던 일련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일단 자신감을 갖고 사고 치는 사람들이 훌륭하게 일을 수행해나가며 성장하는 것도 왕왕 봐왔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MBTI, 별자리와 혈액형처럼 딱딱 구분되면 좋으련만, 모든 일은 정도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내가 사는 삶은 설계도가 있는 프라모델보다는 옆집에서 얻어온 레고 상자에 가까웠다.

('삶이 옆집 레고 상자 같다는 생각이 들 때는 가진 돈이 충분한지 생각해보자'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자신에 대한 절대 신뢰는 성장을 절대 제한한다.

우리는 나의 성장의 tinder가 될 수 있는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는 있어야 하나,

내가 무조건 맞다는 아집이 생기지 않을 만큼 자신감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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