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k the Bucket (3) – 양동이를 발로 차기까지.
퇴사 전, 틈날 때마다 한 달 살기를 준비했다.
여행 일정을 계획하며, 마음속 양동이를 조금씩 발로 차기 시작한 셈이었다.
가장 먼저 항공권을 예약했다.
어떤 항공사를 이용할까 고민하다가,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나를 위한 작은 선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국적기를 선택했다.
항공권을 예약하며, 문득 오래 묵혀둔 버킷리스트가 떠올랐다.
그건 바로 '야간 슬리핑기차'였다.
본래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30살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 의지로도 이룰 수 없어, 묵혀 두고만 있었다.
그게 왜 그렇게 하고 싶을까?
기차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밥을 먹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잠드는,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그러다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슬리핑 기차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예상치 못하게 방콕이 계획 속에 들어왔다.
이 결정이 앞으로 어떤 모험을 불러올지, 그 순간 나는 알고 있었을까?
결정했다. IN 방콕 OUT 치앙마이.
새로운 한 달이,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양동이 안에는 이루지 못한 것들이 너무 가득했다.
발로 차기가 두려웠다.
쏟아져 버릴까 봐,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까 봐.
결국 없던 용기까지 끌어모아, 나는 발로 차 보기로 했다.
다음 단계는 한 달 동안 나를 품어줄 숙소를 찾는 것이었다.
치앙마이는 이미 두 번 여행을 다녀와서 지리는 익숙했다.
하지만 익숙하다는 건 고민이 더 깊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모든 구석구석이 나와 잘 맞는 걸 알기에, 좋은 것 중에서도 더 좋은 곳을 골라야 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본 기준은 세 가지였다(사실 더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1. 모든 동네를 도보로 다닐 수 있는가?
2. 주변에 편의점, 로컬 식당, 카페가 있는가?
3. 숙소에 시큐리티(경비원)가 있는가?
한 달 동안 머무는 공간이 나를 힘들게 한다면, 이번 도전이 힘들어질 거라는 걸 알았다.
내 도전을 더욱 힘차게 해 줄 곳을 찾고 또 찾아,
결국, 내 한 달을 든든하게 지켜줄 'Double Tree Residence'를 예약했다.
숙소를 예약하고 나니, 이제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야간슬리핑 기차를 준비할 차례였다.
친절하게 남겨주신 한국 분들의 블로그를 참고했지만, 해외사이트가 익숙하지 않아 결제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래도 어찌어찌 1층 자리로 예약을 마쳤다.
이제 남은 건 방콕 호텔 예약, 유심, 보험, 환전, 면세점 쇼핑 등 비교적 간단한 준비뿐이었다.
준비하면서 "드디어!"라는 말을 몇 번을 내뱉었는지 모른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굉장히 신뢰한다.
우리는 '시작'이라는 단어 앞에서 먼저 두려움을 떠올리니까,
두려움을 맞설 용기만 있다면 이미 반은 해냈다는 것이다.
모순적이게도,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
처음 해보는 한 달 살기, 치안 문제, 예상치 못한 상황들...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두려움 속에는 또 다른 감정이 숨어 있었다.
커다란 설렘, 모험에 대한 기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해낼 수 있다'는 자기 믿음.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그 순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