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보석인가 궁금하여 부엌으로 가 보았다. 엄마는 텃밭에서 캐온 오이, 호박, 고추, 깻잎 등을 씻고 있었다.
"보석이 뭐야?"
그러자 엄마는 채소들을 한 움큼 쥐어 안으며 말했다.
"이것 아니겠어? 가을이 바구니에 한가득 왔구나!"
엄마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채소들이 소곤소곤 거리는 것 같다고. 다양한 상상력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에고, 근데 이제 텃밭은 가고 싶어도 못 간데이."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텃밭을 오가던 엄마. 몸이 안 좋아진 이후로 자전거도 못 타고 숲길도 걷지 못하니 아쉬워했다. 그래도 새아빠가 텃밭을 관리하고 종종 채소를 한가득 가져다주어 그것만으로 만족스럽다고 한다. 예전에 자전거를 타고 텃밭을 오갈 때면 엄마가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것이 티가 났다.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는데 이제는 볼 수 없다는 게 나 또한 아쉬운 일이었다.
엄마는 내 건강에 유난히 신경을 썼다. 혹시라도 부모님처럼 병이 들진 않을까 항상 애를 쓴 것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는데 그중 하나가 무농약 채소를 먹이는 것이었다. 시골에서 농부의 딸로 자란 엄마는 어릴 적 느낀 자연의 소중함을 내 밥상으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다.
서울에서 느껴보지 못한 신선함과 투박한 맛. 뜨거운 햇살을 가득 먹은 채소들이 엄마의 요리와 만나 건강함을 낳는다. 입으로 넣을 때면 직접 씨 뿌려 수확해낸 엄마와 새아빠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그들이 더운 날 땀 흘려 키운 채소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말한다.
“우리가 사 먹는 것들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없어.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해.”
예전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서울에서 밥을 삼킬 때마다 그런 감사함을 느끼곤 한다.
"나중에 젊은이들이 이 소중한 것을 모르고 살까 봐 걱정이 돼."
앞으로 젊은이들이 김치며 메주 같은 먹을거리,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삶이 사라질까 봐 걱정했다. 본디 농사라 함은 연속적인 육체노동으로 시작하는 것인데 그런 것들을 하며 살아가기 원하는 청년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갑자기 안고 있던 바구니를 툭 바닥으로 놓아두고 베란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달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둥글게 빛나는 달님, 이 보석들을 오래도록 지켜주셔요!"
그리고 호호호 웃는다. 그 모습이 황당하고 엉뚱해서 덩달아 웃었다. 가끔 아이 같은 엄마의 순수함이 나를 깔깔 웃게 한다. 나는 '우리의 것'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달을 바라보았다.
때때로 텃밭에 구경 가면 엄마 옆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며 논다. 그리고 금세 지쳐서 돗자리를 펴놓고 나무 그늘 아래서 잠이 들곤 한다. 엄마는 할 일이 다 끝나도 내 모습을 지켜보고 옆에서 기다려 주었다. 나는 그런 모습에 엄마의 사랑을 듬뿍 느낀다. 이내 잠에서 깨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운치 있는 노을 진 숲 속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럴 때 엄마는 바람을 맞으며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