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함의 연속.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이 무겁다. 하루 24시간 중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은 과연 몇 시간일까. 나는 괜스레 입술을 푸-하고 땅을 보며 집으로 왔다.
어떤 일이든 6개월이면 싫증이 났다. 퇴직금이라는 건 당최 받아본 적도 없는, 언젠가 한 번쯤 받아보고픈 목표 중 하나가 되었다. 일을 시작할 때는 언제나 1년, 아니 10년은 다닐 것처럼 덤비다가도 3~4달쯤 지나면 그런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어서 빨리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만 쌓였다.
회사에서는 틈만 나면 툴툴 거리는 소리를 했다.
"지루하고 고루한 인생... 인생이 너무 재미없어요."
한숨을 푹푹 내뱉는 내 모습을 보면 옆에 있는 사람도 힘이 빠질 것 같았지만 내 감정을 숨기기는 쉽지 않았다.
'나만 이렇게 재미없는 걸까? 왜 사람들은 싫다는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잘 살아 보이지?'
그 궁금증으로 대표와 동료에게 질문을 던졌다.
"뭘 할 때 가장 재밌어요? 뭐가 가장 행복해요?"
A는 스포츠 관람이라 말했고 B는 잠자기라고 했다. 나는 그 대답들이 참 소소해 보였다. 나만 거창한 꿈을 안고 사는 것 같아서 기운이 빠졌다.
대표님은 "사업이요."라고 말을 꺼냈다. 그 말은 내게 큰 충격을 줬다.
며칠간 나를 괴롭게 한 것은 회사에 부속품으로 존재하는 것 같았던 것이 컸다. 열심히 해도 일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일하는 순간들이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몇백만 원에 팔려가 누군가의 꿈을 위해 움직이는 로봇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동료들과 일을 성사시키면서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있었기에 더욱 힘겨웠다. 그래서 근래에 일이란 내게 가장 하기 싫었던 것이었는데 대표님은 그런 일이 가장 재밌다고 했다.
'그렇구나. 누군가가 자신의 꿈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기쁨이구나.'
나는 충격을 받아 어안이 벙벙했다.
집에 와서 침대에 엎드렸다. 가만히 있다 보니 우울함은 더 깊어졌다.
'이렇게 재미없는 인생을 왜 살아야 하지?'
'어서 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재미있는 일 없나?'
그렇게 터지려고 하는 눈물을 삼키며 이불로 얼굴을 묻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서 재미없는 일도 그만두기 어렵다는 사실이 속상하다.
모든 사람들이 일은 일일 뿐이라고,
네가 좋아하는 일은 일에서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건 절대적인 게 아니라 소수에
사람이 권한을 독점하고 일방적으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일이 행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바뀔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어서 빨리 진짜 일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