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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 Jun 20. 2024

우리 엄마는 참 아름다워.

"거울아 거울아, 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니?"

살면서 "예쁘다.", "우아하다."는 말들은 쉽게 와닿았지만, "아름답다."라는 말에 맞는 감정을 느껴본 적 없었다. 하지만, 한 달 전 나는 처음으로 그 감정을 가슴 깊이 느끼는 경험을 했다. 바로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그녀와 함께했던 일대기를 떠올리면서였다.

유년시절부터 엄마를 지켜보았을 때 그녀는 때때로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소릴했다.

"나는 섬머시마 같아서 남자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더라."
"엄마가 솔직히 예쁘지는 않지."

스스로 사회적 기준에서 '여성스럽지 않다.'라고 느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부터 남편에게 까지 온전히 사랑받지 못했기에 어떤 결핍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그 가치를 모르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올해 5월 1일, 엄마가 갑자기 당뇨 합병증으로 쓰러졌다. 16일 정도를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다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일이기도 했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슬픔과 상실감 때문에 마음이 많이 무겁고 힘들었다.

이런 마음 안에는 앞으로 우리가 만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슬픔도 있지만, 서로 나눈 추억과 사랑 때문에 눈물이 많이 났다.

나에게 '엄마'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른 기억들.

노래를 부르며 요리하던 모습,
남들 눈치 보지 말라며 버럭 소리 지르던 모습,
"우리 딸, 사랑해." 하며 안아주고 뽀뽀해 주던 모습,
본인도 가진 것이 넉넉지 않으면서도 자기보다 힘든 사람을 꼭 도와주었던 모습,
이상한 동작으로 공원에서 운동하던 모습,
사극 드라마를 보고 아이처럼 즐거워하던 모습.

이런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자연스레 '아름다움'을 자각하게 되었다.

"엄마의 모든 순간,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구나..."

이 아름다움은 엄마의 결핍이었던, '예쁨'과 '우아함'과 같은 외적인 것을 초월한다. 어떤 모습이 되어야지만, 갖추어야지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가진 순수함, 따뜻함, 쾌활함, 아픔, 슬픔, 사랑 등 그 어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며칠 전 우연히 '아름답다'라는 말의 어원을 알게 되었다.

'아름답다'에 '아름'의 어원은 바로 '나'라고 한다.

그러니 '아름답다.'는 말은 결국, '나답다.'는 말이다.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받았다는 그 기억. 그것이 깊은 슬픔 속에서도 내가 미소 지을 수 있는 이유다.

사실 나 또한 예전부터 내가 참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중고등학생 때는 거울을 보고 내 얼굴을 집어 뜯으며 말했다.

"난 너무 못생긴 것 같아."

하지만, 이제 그 어떤 말들로 나를 학대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생김새는 중요하지 않다. 나다운 게 가장 중요하다.

나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바로 우리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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