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목걸이 뭐야? 예쁘다."
몸에 액세서리라곤 하나도 없던 엄마의 목에 반짝이는 금 목걸이가 걸려있다.
"예쁘지? 액세서리 하나 해보고 싶어서 샀어."
나는 그 목걸이가 엄마 목에 걸려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목걸이가 엄마의 미모를 한껏 높여주는 것 같았다.
평소에 낡고 작은 집을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친한 친구조차 한 번도 우리 집에 방문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 내가 이런 집에 산다는 것을 알고 나를 피하거나 놀릴 것 같아서 집을 꽁꽁 숨겨왔다. 그러다 학예회 준비로 집을 번갈아 가며 방문하기로 했던 원칙으로 어쩔 수 없이 친구들에게 집을 공개하게 되었다. 걱정했던 대로 친구 5명은 우리 집에 오자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고 이후로 나를 피했다. 친구들은 학교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엄마가 너랑 놀지 말래. 너랑 다니면 질 나빠진다고.”
나는 다른 친구들과 친해지기 전에 한동안 혼자 지냈다. ‘가난’이라는 이유로 친구를 잃은 것이 큰 상처로 다가왔다. 학교에서 그러한 일들이 몇 번 있고 나서 나는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니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식당에서 일했던 게 힘들었던 건지 어깨가 축 늘어지고 지쳐 보였다. 그릇들을 부딪치며 설거지를 하는 엄마를 지나 엄마의 뒤통수에 대고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거지 같아? 아빠도 없고 가난하고 부족한 게 왜 이렇게 많냐고! 친구들은 학교 마치고 학원도 가는데 나는 학원도 못 다니잖아. 며칠 전에 친구들이 우리 집에 왔다간 이후로 나랑 놀기 싫대. 오죽했으면 그랬겠어.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속상했던 것을 토해냈다.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눈물이 주체되지 않고 흘러내렸다. 사실은 학원을 다니고자 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닌데 모든 탓을 학원으로 옮기며 말을 했다.
"나도 학원 보내줘! 학원 보내달라고!"
엄마는 설거지하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이것저것 울분을 토해내는 말들을 가만히 듣다가 몸을 돌렸다. 엄마도 화가 났는지 설거지하던 그릇을 놓고 고무장갑 째로 나를 살짝 밀치면서 말했다.
"이 가시나가! 엄마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왜 이렇게 철없게 굴어."
이후로 서로 언성을 높이며 감정을 토해냈다. 나는 결말이 보이지 않아 방으로 들어가서 이불을 덮어쓰고 펑펑 울었다. 눈이 퉁퉁 부어오를 때까지 울면서 나 자신을 원망했다. 정작 나에게 상처 준 친구들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면서 괜히 엄마에게 화풀이한 것 같아서 바보 같다고 느꼈다.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모든 탓들을 엄마로 돌린 것을 후회했다. 그렇게 복합적인 감정을 곱씹어 보며 잠들었다.
며칠 뒤.
학교를 다녀오니 엄마가 말했다.
"수학이 부족하다고 했지? 수학학원 다녀도 돼."
"정말?!"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드디어 학원에 갈 수 있다는 기쁨에 하루 종일 콧노래를 불렀다. 이제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며 엄마에게 떵떵거렸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도 활짝 웃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학원 갈 준비를 하는 순간이었다.
"학원 다녀오겠습니다."
신발을 신다 말고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엄마의 목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엄마의 목에 목걸이가 없었다.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직감적으로 학원비를 벌기 위해 목걸이를 팔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싸운 날 이후로 엄마는 ‘어떻게 하면 인희가 학원을 다닐 수 있을까?’를 몇 날 며칠 고민해왔던 것이다.
그날따라 학원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렇게나 원했던 학원가는 길이 즐겁지가 않았다. 며칠 전 목걸이를 잡고 좋아하던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가 좋아하던 것을 빼앗아버린 내가 미웠다. 고개를 푹 숙이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으면서 말했다.
"엄마,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