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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 Sep 12. 2019

얘들아 계곡 가자.

우리들의 완벽했던 일탈

"우리 계곡 갈까?"    


평소와 다르지 않은 날. 지각한 사람 없이 5명 모두 학교로 향하던 중에 지선이가 생뚱맞게 말을 꺼냈다.    

걱정이 된 민경이가 입을 열었다.    


"그러다가 엄마랑 선생님께 혼나면 어떡해?"     


나는 민경이 말에 공감했다. 어쩌다 지각 한 번에도 죽는 날을 맞이한 것처럼 난리를 피우는데, 학교를 빠지는 것은 내게 너무 크고 두려운 일이었다.    


"뭐 어때? 그냥 가자. 방학인데 좀 놀아보자."     


지선이의 주장으로 우리는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아무도 가보지 못했고, 존재만 알고 있었던 계곡으로 출발했다.    


길 양쪽을 가득 채운 나무를 보며 걸었다. 풀 향기를 맡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뜨거운 햇볕을 피해 그늘진 곳에 쉬어가기를 반복했다. 우리는 들떠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고도 웃었다. 꽤나 험한 길이었지만 함께 니 힘든 줄 몰랐다. 더욱 흥이 돋을 때면 ‘여행을 떠나요.’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    


2시간 정도 지났을 때 계곡이 보였다. 모두들 신발을 벗어던지고 무작정 발을 담갔다. 주변을 살피니 계곡이 형편이 없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깊지 않고 미끄러운 이끼가 많아서 제대로 놀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지만 이내 환경을 탓하지 않기로 하며 최선을 다해 놀았다.   


한참 놀다 보니 지치고 허기도 졌다. 우리는 돌아갈 준비를 하며 모래를 씻기 위해 화장실을 찾았다. 젖은 몸으로 뒤뚱뒤뚱 걸어가는데 멀리서 사람들이 보였다. 그곳으로 가자 옆에 깊고 넓은 계곡이 있었다. 서로 눈을 마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조금만 더 걸어왔다면 깊은 계곡을 발견할 수 있었.    


집으로 가는 길. 2시간 정도 다시 걸어가려 하니 진이 빠졌다. 터덜터덜 모두들 지쳐서 걸어가는데 지나가던 트럭이 옆에 섰다. 운전가 차문을 열어 말했다.    


“학생들! 어쩌자고 2시간 거리를 걸어가는 거야? 화물칸에 타요. 동네까지 태워줄게.”    


그렇게 우린 모두 편하게 화물칸 앉아서 돌아갈 수 있었다. 축축해진 교복에 햇살을 쬐며 바람을 맞으니 따땃하기도 하고 상쾌했다.     


다음날.     

학교에 선생님이 조회도 하지 않고 교실에서 빽 소리를 질렀다.     


“최인희, 박지선, 서연경은 교무실로 튀어와!”  

   

우리는 겁에 질려 교무실로 갔다. 의자에 앉아있는 선생님 앞으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머지 2명은 같은 반이 아니라서 어떻게 되었는지 몰랐다. 3명이 나란히 앉아 있으니 교무실이 꽉 다.    


선생님은 수업을 빠지고 계곡에 갔다는 말에 황당해했다. 그리고 학생이 학교에 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뻔한 이야기였다. 선생님 말이 길어지자 서서히 다리가 저려왔다. 나는 감각이 없어 다리를 부여잡고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선생님이 말했다.   

  

“누가 먼저 가자고 했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누군가 먼저 이 사건을 주도했다고 말하면 선생님이 너그럽게 용서해줄 것 같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영웅으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서둘러 말했다.    


"제가 먼저 가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뒤이어 지선이와 연경이가 말했다.    


"제가 먼저 가자고 했습니다!"

“제가 먼저 가자고 했어요!”    


‘이런, 너네도 같은 생각을 했구나…’     


선생님은 대답을 듣고는 크게 냈다.    


"이것들이 장난치나. 선생님을 가지고 놀아?"     


결국 회초리 손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맞았다. 렇게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서둘러 교무실 문을 닫았다. 우리는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렸다. 배를 부여잡고 눈물이 나도록 깔깔다. 지선이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전부 같은 대답 할 때 웃겨 죽는 줄 알았.”    

 

이어서 연경이가 말했다.    


맞아. 그리고 계곡 간 거 절대 후회하지 않아.”     


지선이와 나는 동시에 말했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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