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 강박증 그리고 FOMO
정보가 너무 많아졌다. 깔려 죽게 생겼다. 사람들의 주의(attention)는 돈이 되기에, 모두가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짓는다. 사람을 붙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만 놓칠까 싶은 두려움(FOMO, Fear Of Missing Out)'을 자극하는 것이다. 'xxx인 당신이 반드시 알아야 할 n가지 정보'는 사실상 제목 짓기의 수학 공식이다.
나 같은 부류의 자료 욕심쟁이들은 이런 세상이 당혹스럽다. 유용한 건 많아 보이는데, 모두 확인해 볼 시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 처리하고 있는 일과는 무관하지만 '언젠가는 유용할까 싶은 것'들을 대할 때 더 그렇다.
해결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잡동사니 통을 만들어서, 계륵 같은 정보들을 접할 때마다 모두 그곳에 집어넣는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훑어보면서 의미 있는 분류로 정리하거나 버리면 된다. 잡동사니 통은 일관성만 있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와의 카톡, 폴더, 노션 같은 메모앱 어디든 좋다(다만 종류는 적을수록 좋다).
이 방법의 핵심은 주기적인 정리 과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중에 볼 동영상, 브라우저 북마크, 스크랩 목록 같은 잡동사니 통은 이미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정리해 주는지에 따라 그냥 쓰레기통이 될 수도 있고 구명뗏목이 될 수도 있다.
이 방법의 장점은,
1. 당장 정보의 유용성을 판단해야 하는 압박을 없애서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게 해 준다.
2. 뭐든 나의 그물망에 들어오기 때문에 FOMO를 치료해 준다. '언젠가는 확인할 미래의 나'가 이처럼 든든할 수 없다.
이 잡동사니 통을 운영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게 있는데, 대부분의 정보는 모른다 해도 인생을 사는 데 하등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파레토 법칙에 따라 20%의 정보가 전체 유용함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그 유용함이 과장돼 있다. 따라서 의외로, 잡동사니 통을 그렇게 성실하게 확인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통 안의 계륵들이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저장 강박증과 FOMO가 효과적으로 치료된다. 이 글이 긴가민가 하다면 당장 주소를 복사해 당신의 잡동사니 통에 넣어두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