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중대사다. 남녀가 합의 하에 서류를 제출하면, 나중에는 헤어지고 싶어도 국가에서 못하게 막는다. 어떻게 보면 남녀가 서로 간의 애정을 걸고 재산빵을 하는 배팅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난 와이프를 꽤 신중하게 골랐는데, 결혼 1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 별점 5개 리뷰를 남겨둔다.
도파민에 절여진 요즘 사람들은 숏폼에 중독되어 하루 종일 거북목을 하고 스마트폰을 쳐다보기 바쁘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4D 숏폼 주인공이 집에 상주하고 있어 따로 숏폼을 시청하지 않아도 도파민을 채울 수 있다. MBTI가 ENFP인 이 생명체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꼼지락거리며 콘텐츠를 만드는 게 특징인데, 글을 쓰는 지금도 저 안방에서 하이톤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어쨌든 이 귀여운 생명체는 카메라에 대한 수용도도 굉장히 높아서 코앞에 렌즈를 들이대도 행동이 왜곡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틈틈이 카메라로 와이프의 돌발 행동을 녹화해 두는데, 지금도 갤러리를 열면 30분을 꺽꺽대며 웃을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분량을 자랑한다. 이 동영상을 와이프에게 보여주면 또 재밌다고 깔깔거리는데, 이 모습을 다시 녹화하면 콘텐츠가 복사된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심심할 날이 없다. 와이프를 가만히 관찰하고 있으면 그냥 웃기고, 앨범 썸네일만 봐도 웃긴다. 이 재미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사랑의 정점은 귀여움이라고 하던데, 나는 거의 중증 환자다. 와이프가 무언가를 어질러 놓아도, 그 흔적을 보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을 모습이 떠올라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귀여움의 노예가 된 나는 꼼짝없이 도시락을 싸고 집안일을 하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요즘엔 다들 딸을 낳고 싶어 하던데, 나는 굳이 없어도 될 것 같다.
나랑 와이프는 둘 다 개발자인데, 웃기게도 나는 항해사 출신이고 와이프는 호텔리어 출신이다. 대단한 것은, 와이프가 다니는 회사가 네트워크 관련된 분야라 난이도가 높음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5년째 잘 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와이프는 회사에서 눈치 없는 아저씨들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은 이야기해도, 일이 어렵다거나 하는 고민은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 능력 있는 와이프를 이용해 내가 전업주부를 하면 어떨까 싶어서 슬쩍 이야기도 해보았지만 먹히지는 않는 것 같았다.
내 와이프는 운전을 잘 한다. 내가 와이프에게 운전을 알려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내가 운전으로 혼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와이프가 운전을 잘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우리 둘은 회사가 가까워 매일 자차로 출퇴근을 하는데, 출근 운전은 내가, 퇴근 운전은 와이프가 한다. 장거리 운전을 뛰어도 선수 교대가 가능하다. 와이프는 차에 관심이 많아 세차나 정비도 본인이 직접 한다. 심지어 와이프는 운전을 할 때도 쉬지 않고 쫑알대기 때문에 조수석에서 가만히 구경하고 있으면 그게 또 은은한 재미가 있다.
나의 연예인인 와이프가 창출할 새로운 컨텐츠가 매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