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온다. 인간들이 서로의 한정된 주의력을 빼앗아 본인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낚시성 제목과 자극적인 주제로, 늘 뒤쳐질까봐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을 끌어모으는 게 기본 비즈니스 전략이 되었다. 특히 IT 관련 업종을 가진 나로서는 AI의 물결까지 덮친 마당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모두가 시끄러운 가위를 놀리며 사람을 끌어모으는 엿장수가 되어가는 꼴이다.
적독은 책을 읽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는 걸 놀려먹는 용어다. 표준국어사전의 예문부터 해학의 민족스럽다.
적독만 해도 그렇게 지식이 풍부하시니 그 책을 다 읽는다면 어떻게 되겠소.
나도 사실 구입한 책의 30% 정도는 읽지 않고 쌓아만 놨다. 혹시 나처럼 적독해둔 책들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면 죄책감을 덜길 바란다. 대부분의 독서인들은 적독을 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책은 유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독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는 대부분 무료이기 때문에 적독 현상이 더 심각하다. 나부터도 노트 어플이 온갖 북마크와 스크랩으로 넘쳐나고 있다. 막상 읽거나 사용하는 건 10%도 되지 않는다. 바야흐로 디지털 적독의 시대이다.
나는 최근 '오래되고 지루해보이는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요즘 접하는 휘발성 정보들에 비해 훨씬 정제되고 유익한 통찰이 담겨 있어서 놀라웠다. 우선 책이라는 매체 자체가 인터넷 정보들에 비해 근거와 논리 구조가 탄탄한 것은 당연하고, 무엇보다 오랜 세월동안 검증되고 개선되었기 때문에 내용 자체가 훌륭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정보의 홍수에 익사하겠다는 생각이 들때면 차라리 옛날 책 속으로 파고든다. 그곳에는 디지털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가 들리지 않는 평온함이 있다. 정보혁명 이전, 진정한 몰입이 가능했던 고요의 시기에 깊이 고찰하고 사고했던 대가들의 지혜가 있다. 온고지신이라는 따분하고 오래된 교훈을 다시 되살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