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수영을 꾸준히 했다. 처음엔 25m 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어느새 1,500m를 쉬지 않고 헤엄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많이 늘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수영을 다니던 와이프가 건강 문제로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핑계로 나도 수영을 쉬었다. 와이프와 출퇴근을 같이 하기 때문에 나 혼자 수영한다고 와이프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수영을 다시 시작했는데, 겨우 50m를 움직이는데도 팔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주말에 한 번 씩이라도 수영을 했다면 이 정도로 체력이 망가지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왜 아예 중단해버렸던 걸까? 가만 생각해 보니 나의 게으른 완벽주의 때문이었다. 주 3회 이상 꾸준히 수영을 할 수 있는 완전한 조건이 아니면 아예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영을 할 때에도 늘지 않는 속도와 만족스럽지 않은 자세 때문에 수영의 즐거움 자체도 줄어들고 있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이 모든 게 불완전한 상태에 놓이는 것을 싫어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었다. 우리 인생에는 게으른 완벽주의 때문에 손을 놓게 되는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이것저것 깨작깨작 손대다 보면 죽도 밥도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에는 커리어나 건강 관리, 집안일처럼 필수과목도 존재하는데, 게으른 완벽주의는 필요한 일의 시작 자체를 막는다는 문제가 있다. 대기업에 못 갈 것 같으니 취업을 포기해 버린 취준생, 아예 손을 놓아버린 영어공부, 계단 오르기조차 않는 체력 관리, 대청소를 기약하며 끝없이 미루는 집안일, 완벽한 인연을 기다리며 소개팅을 거절하는 모태솔로, 언젠가 찾아올 찬란한 동기부여의 순간만을 기다리며 공부를 미루는 수험생, 완벽한 장비가 준비되지 않으면 시작조차 않는 장비병 환자, 집 앞 산책조차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 하루 한 개비라도 줄이느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금연, 자포자기해버린 체중관리, 무기한 미뤄둔 취미 활동... 우리 인생에는 A학점에 자신이 없어 수강을 포기해 버린 과목이 한 트럭은 된다.
시작이 반이다.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해 보자. 불완전하더라도 일단 진행 중인 상태에 접어들면, 그 자체로 습관이 되고 더 나아가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혹시 잘 되고 있던 일이 불완전해져도, 그 상태를 기꺼이 받아들이자. 운동선수들이 슬럼프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현상유지만 하자는 마인드라고 한다.
수영을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 해도 뭐 어떤가?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수영 속도가 안 늘고 자세가 어설프면 뭐 어떤가? 완벽을 용쓰다 번아웃 맞고 정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불완전함을 시원하게 인정하고 친해져보자. 더 이상 게으른 완벽주의의 달콤한 핑계가 되지 못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