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하되 유연하기

인생은 연필로 쓰세요

by 최은규

명확하기

대니얼 데닛은 <직관 펌프>에서 '실수를 할 거면 정확히 하라'라고 했다. 실패에서 명확히 배우는 게 있어야 다음에 더 나은 결과를 얻기 때문이다. 난생처음 국을 끓여 본다면 물과 소금을 얼마큼 넣었는지 정확히 알아야 다음번에 간을 조절할 수 있듯이, 명확함은 기준을 세운다.


목표가 명확하면 행동하기 쉽다. 행동은 경험이 되고, 경험은 기준을 만든다. 목표를 정하기엔 정보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상태가 싫더라도 일단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명확히 하는 게 좋다. 그래야 시작을 할 수 있고, 기준이라는 발판을 얻기 때문이다.



유연하기

학교 시험은 답을 제출하고 나면 고칠 기회를 받지 못한다. 이렇게 교육이라는 이름의 가스라이팅을 10년 이상 당하면 무의식은 의사결정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여긴다. 사람들이 과거에 대한 후회와 소외 불안 증후군(FOMO) 속에서 고통받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가 삶에서 내리는 의사결정의 절대다수는 얼마든지 바꾸고 수정할 수 있으며, 결과를 만회할 수 있다. 오히려 결정을 바꾸는 쪽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성공한 기업, 인물, 유튜브 채널 무엇이든 초기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경우를 찾는 게 더 어렵다. (<싱크 어게인>이라는 책이 이런 내용을 다룬다.)


결정을 바꿀 수 있음을 알아도, 실천은 쉽지 않다. 현상 유지 편향은 첫 결정을 고집하고, 에고는 근거를 결론에 끼워 맞춘다. 따라서 유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적 정직함과 겸손함이 필요하다. 인생이란 원래 실패하고, 틀리고, 착각하는 과정의 연속이라 생각하자.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다면 이마를 한 대 탁 때린 후 웁스!하고 방향을 바꾸면 그만이다.


줏대도 필요하지만, 유연함의 힘이 더 세다.



명확하되 유연하기

모호한 목표를 세우면 유연함의 의미가 퇴색된다. 아무런 기준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유연함이 아니라 결정장애다. 명확히 결정하고, 언제든 방향을 바꾸는 태도를 가지자. 실패가 상수라면, 배우고 나아지는 게 있어야 한다.


주의할 점은, 명확한 결정이 완전한 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불완전하더라도 기준점을 삼을 수 있을 만큼 명확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히려 부담 없이 쉽고 간단한 기준을 세우는 게 실천으로 옮기는 데 도움이 된다.



적용 예시

계단을 오르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5층 이하는 무조건 계단을 사용하자'는 식으로 명확하게 정하자. 그래야 매번 계단을 오를까 엘리베이터를 이용할까 하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 5층이 의외로 어렵게 느껴진다면 기준을 3층으로 낮추는 등 유연하게 조정하자.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싶다면 막연하게 줄여야겠다는 생각 대신, '8시부터 17시까지 SNS, 유튜브 앱 사용 금지'처럼 지침을 명확히 정하자. 너무 힘들다 싶으면 시간을 줄이거나 금지 앱 수를 줄여서 완화하고, 할 만하면 조금씩 늘려가자.


돈을 모으고 싶다면 막연히 아끼자는 생각은 별 도움이 안 된다. 월급이 들어오면 일정 금액을 저축하고, 나머지를 사용하도록 하자. 물론 유연하잡시고 저축한 돈을 날름 빼서 써버리면 안 되니 적금같은 장치를 두자.


프로젝트 일정 추산이 어렵더라도 명확한 기간을 정하고 시작하자. 데드라인이 없을 때 사람이 얼마나 잘 늘어지는 지 모두가 알고 있다. 행여 추산이 틀린다 해도, 나중에 왜 일정 추산이 잘못 됐는지 배울 수 있다.


고객이나 상사가 일의 기한을 물으면, 확신이 부족해도 일단 명확하게 말하자. 기한을 못 지켰다면 양해를 구하고 다시 조정하면 된다. 사람들은 실패에는 관대해도 모호한 책임 회피에는 그렇지 않다. 일정 추산의 근거도 명확하게 하면 추후 피드백에 도움이 된다.


두 강사 중 어떤 사람의 강의를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아무 한 사람의 맛보기 강의를 3강 들어보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 직접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던 기준을 발견하고, 그제야 더 잘 맞는 강사를 고를 수 있다.


창업 아이템을 정한다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모호한 서비스를 개발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정하자. 결과가 안 좋다면 언제든 피벗하면 된다. 이때 절대 매몰비용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팀의 업무 분장을 명확히 하고, 유연하게 조정하자. 그래야 갈등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혹시 업무분장 자체가 역효과가 난다면, 그걸 도로 없애는 것도 일종의 유연함이다. 이 경우는 업무분장이 없는 명확한 이유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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