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로 살겠다

by 최은규

나는 가끔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자기개발에 성공해 책을 쓴 게 아니라 자기개발서를 많이 팔아서 성공한 작가라던가, 사업을 해서 돈을 번 게 아니라 사업 강의를 팔아서 돈을 번 사람들을 볼 때 말이다.


물론 성공한 사람만 자기개발서를 쓰란 법은 없다. 성공한 인물들을 분석해 유의미한 성공 패턴을 찾았다면 얼마든지 책으로 써서 공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주장하려면 적어도 자기가 세운 가설을 스스로 적용해 보고 결과를 얻어본 쪽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맞아본 자의 바이브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 마이크 타이슨

일부 사람들은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을 단순한 정신력 문제로 치부하고 나름의 해결법을 떠들어댄다. 반면 직접 겪어본 사람들은 경청과 공감을 우선하고 진료를 권유한다. 이처럼 자기 마음조차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모를진대, 복잡한 현실에 무언가 예측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실전에서 구르며 얻어터져 본 사람에게는 치기 어린 확신이 없다. 있었다면 이미 박살 났기 때문이다. 초보자는 'A가 무조건 최고예요'라고 이야기를 하고, 숙련자는 '상황에 따라 달라요'라고 말한다.


나는 현업 일선에서 뛰는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들에게는 많은 경험에서 오는 겸손함과 자신감이 공존하며, 예시가 풍성해 당장 나에게 도움이 된다. 무엇이 불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핵심만 명료하게 말한다. 요즘 말로 짬에서 오는 바이브, 짬바가 있다.


나는 이런 개인적인 선호를 '야매 실전주의'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야매 실전주의

야매(野梅)는 야생의 매화를 뜻하며, 비바람 속에서 꽃과 열매를 맺어내는 일을 표상한다. 야매 실전주의는 듣기에만 그럴싸한 이론이 아니라 현실의 풍파를 맞으며 수정되고 검증된 것들을 더 선호하는 취향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지침은 아래와 같다.


1. 이론, 가정, 방법론을 끌어안고 있지 말고 직접 현실에 던져 실행한다.

2. 과학자의 마음으로 결과를 관찰하고, 생각이 틀렸다면 수정한다.


나는 이 지침을 가지고 현실에 두 발 붙이고 살아보고자 한다. 그것도 아주 야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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