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머리가 무겁습니다. 익숙한 통증이 찾아왔죠. 둔탁하게 머리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 가끔은 날카로운 통증이 이마를 찌릅니다. 만성 두통은 피곤이 쌓일 때,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 긴장과 불안이 엄습할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같은 존재입니다.
약상자에서 진통제를 꺼내려다가 멈칫했습니다. 약을 먹는 것도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았거든요. 문득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몸을 다독이는 무언가, 조금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위로가 없을까.
커피와 차를 보관하는 선반장을 열어보니 노랗게 마른 국화꽃이 담긴 유리병이 눈에 띄었습니다. 예전에 지인이 선물로 보내준 건데, 바쁜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손끝으로 살며시 집어 올려보니 마른 꽃향기가 스쳐 갔습니다.
출처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언젠가 두통에 국화차가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다행히 심하지 않은 두통이니 오늘은 진통제 대신 국화차 한 잔으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보기로 했습니다.
전기포트에 전원을 켜고 물이 끓어오르기를 기다렸습니다. 김이 서서히 피어오르더니 이내 부글거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안이 들여다보이는 유리 찻잔에 말린 국화꽃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습니다. 금세 꽃잎들이 물속에서 천천히 피어올랐습니다. 마치 지친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처럼. 이대로 마셔도 좋지만, 꿀 한 스푼을 첨가했죠. 물에 잘 녹으라고 숟가락으로 가볍게 저어주자, 꽃잎들이 살랑이며 움직였습니다. 한 모금 마셔보니 국화의 향긋함에 부드러운 단맛이 더해져 더욱 깊고 편안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 녹아내리는 듯한 이 순간, 아침의 무거움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내친김에 국화차의 효능을 검색했습니다. 한의학 박사 김소형의 글이 눈에 들어왔죠.
“두통으로 머리가 욱신거릴 때는 국화차도 효과가 있다. 예로부터 국화를 베개의 속 재료로 사용했는데, 이는 국화가 머리를 맑고 개운하게 해서 잠을 잘 오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두통이 잦을 때 국화차를 마시면 기혈의 순환을 돕는다. 스트레스나 화가 치밀어 가슴이 답답하거나 심장에 열이 많이 쌓였을 때 이를 풀어주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머리가 아파서 집중하지 못할 때나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국화차가 도움이 된다.”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또 한 모금 마셨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입안으로 스며들고, 은은한 국화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습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이완되는 느낌. 플라시보 효과일지 모르지만, 머릿속을 짓누르던 둔한 통증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했습니다. 플라시보면 또 어떤가요? 약 대신 차 한 잔을 택한 오늘 아침. 이 작은 선택이 내 하루를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줄지도 모르잖아요.
4월의 문을 여는 하상매거진이 여러분에게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따뜻한 차 한 잔처럼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쉼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소하지만 깊은 위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전하는 이야기들로 여러분의 하루에 온기를 더할 수 있기를. 앞으로도 하상매거진이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출처: 시각장애인을 위한 월간문화교양지 하상매거진 2025년 4월호 (통권 제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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