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희망의 오월, 페퍼민트 허브차”

by 최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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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람이 다르게 붑니다. 숨이 트이고, 막혔던 기운이 풀리는 기분이에요. 이제 조금씩,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일지라도, 오늘은 왠지 모르게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때때로 궁금해집니다. 희망은 어떤 얼굴을 하고 찾아올까요? 아마도 아주 평범한 날의 미소 속에서, 혹은 문득 불어오는 바람결에 실려와 조용히 어깨를 두드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처럼 마음이 달뜨는 날, 어떤 차가 어울릴지 고민하다 페퍼민트 허브차를 선택했습니다.

불에 주전자를 올리고, 보글보글 끓는 물소리를 들으며 거실 창밖으로 시선을 두었습니다. 오월의 초록은 점점 더 진해지고, 햇살은 나뭇잎 사이를 부드럽게 헤집으며 계절을 한 뼘 더 앞당깁니다.

감사의 마음을 기리는 의미 있는 달이 바로 오월이기도 하죠. 노동자들의 노고를 기리는 근로자의 날,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어린이날,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어버이날, 선생님의 사랑과 가르침에 고마움을 전하는 스승의 날, 성숙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성년의 날,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부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부부의 날까지. 오월은 마음을 표현하고 나누는 날들로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내게 오월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한 이의 조용한 발자국을 마음 깊이 되새기는 시간입니다. 그의 말과 웃음, 고단했던 걸음 하나하나가 초록으로 물든 풍경처럼 되살아납니다. 그리움은 바람을 타고 가슴에 스며들고, 다시금 오래된 물음 하나를 꺼내어 봅니다. 진심은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해지는가.

페퍼민트 잎에서 퍼지는 향이 거실 안을 맴돕니다. 첫 모금에 뇌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마음 한편에 켜켜이 쌓여있던 말들, 미처 다하지 못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허브향에 실려 조용히 떠오릅니다. 그렇게 나는 오늘, 이 차 한 잔 속에서 아주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나를 다독이는 위로와 희망 하나를 발견합니다.

좋은 날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나는 다시 일상을 살아냅니다. 너무 요란하지도, 너무 조용하지도 않게. 마치 페퍼민트처럼. 향긋하고, 잠깐 시리고, 오래 상쾌하게.


�출처: 시각장애인을 위한 월간문화교양지 하상매거진 2025년 5월호 (통권 제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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