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by Sung Jong

S#11_그녀의 집 앞 (밤)


문 앞에 놓여있는, 조금 덜 물든 장미.

그녀의 이름이 적힌 카드가 함께 놓여있다.

무심하게 장미를 드는 그녀,

무표정으로 장미를 바라본다.

그때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또각 또각) 구두소리가 들린다.



그 / 봤어요?

그녀 / (얇은 미소)

그 / 할 말이 있어요.

그녀 / 뭔데요?


벌린 채로 한참을 망설이는 그의 입술이 보인다.

그녀의 웃음도 어느샌가 사라지고, 다시 무표정인데.

손목에서 마주 보던 시간은 (똑딱 똑딱) 무신경하게 흘러만 간다.


그 / 저기,

그녀 / 네.

그 / 나는 나무에서 태어났어요.

그녀 / 네?

그 / 나는 나무에서 태어났어요.

그녀 / 듣고 있어요.

그 / 햇빛을 받고,

물을 머금고, 구름과 마주하기 위해 살았어요.

그녀 / ...

그 / 조금 높게, 넓게 자라고 싶었어요.

그녀 / 그래서요?

그 / 힘들 때 내 품에, 머물다 갈래요?

그녀 / 그럼 다시 떠나도 되는 건가요?

그 / 봄이면 꽃을 피울게요.

여름이면 더 넓은 그늘이 될게요.

가을이면 예쁜 낙엽을 선물할게요.

그녀 / 겨울은요?

그 / 사랑한다 말할게요.

그녀/ (입술을 굳게 다문다. 고민,)

그/ (서두르고 서툴게) 좋아해요.

그녀 / 사랑한다 말한다면서.

그 / 그게...

그녀 / (웃음)

그 / 나랑 만나줄래요?

그녀 / 좀 머물면서 생각해 볼게요


그의 품에 그녀가 안긴다.

그는 있는 힘껏, 최대한 품을 넓게 벌려 그녀를 안는다.

부드럽게,

바람에 감기는 가지처럼 두 팔로 그녀를 감싸 안는다.

복도의 불은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무신경하던 시간도 아무 소리 없이 그들 곁에 잠시 멈추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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