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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욱 Mar 29. 2020

나를 규정하는 것도 나이다.

나는 드래곤이다.


어벤추린은 소녀 드래곤이다. 아직 어려서 동굴 속에서만 살고 있다.  어머니와 가족들은 그녀가 아직도 어리다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안에서만 양육시키고  있다. 하지만 어벤추린은 밖의 일이 너무 궁금해서  드디어 밖에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요리 마법사의 초콜릿에 당해 작은 인간이 되어버렸다.  

 인간이 된 처음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된다. 누군가 도움 없이는 생명을 부지하기 어려워 보이기까지 한다.  어린 소녀의 몸이라 누군가의 손길에도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어떻게든 힘으로는 아무도 이길 수 없는 듯하다.  더군다나 현실은 부정적이기만 하다. 하지만 그녀는 되뇌인다.








나는 드래곤이다.



 그녀는 초콜릿을 자신의 삶에 사명으로 삼았고  어떻게든 초콜릿을 배우기 위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도전을 이어간다. 그녀는 사람들 중에서 신체적으로 가장 약할지 모르지만 가장 강인한 드래곤이었다.계속 약해질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기시킨다. 수동적으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의식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생각한다.



그 어떤 재료보다도 쓰디쓴 독 같은 연민에 휘둘려서 내가 정말로 그레타의 생각처럼 무력한 존재라고 믿어 버렸다니. 그건 결국 나 자신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변신한 이래 나는 스스로가 무력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은밀한 두려움을 품어왔다. 보잘것없는 인간의 몸뚱이에 갇힌 나를 볼 때마다 절망스러웠고, 가족들의 예견대로 나는 역시 잘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실패작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나는 드라헨부르크 최고의 초콜릿 공방에 소속된 견습생이다. 나는 드래곤이자 또 인간 소녀이기도 하다. 나는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도 나은 존재가 되었다. 나는 바라 '나'다. 
나는 주전자에 재료들을 마저 넣고, 굳건 하고 흔들림 없는 손길로 내용물을 저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앞으로도 영원히'   253,254 p


물론 계속된 실패에 아파하기도 한다. 어둠 속에 틀어박혀 있던 순간도 있었다. 실패를 보고 싶지 않아 도망치고 피해버린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의 힘과 함께 자신의 존재를 상기하며 그녀는 자신을 일으킨다. 세상이 비록 나와 모두를 그냥 바보라고 취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마 결국에는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자신이다. 세상이 모두가 그러하듯이 비관하며 자신을 그저 그런 사람으로 믿고 나아갈 것인지,  드래곤이라 믿을 수 있을지는 우리의 의식에 달려있다. 


실패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도전하는 어벤 츄리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결국 그녀를 자신을 규정하게 된 근거는 그녀의 행동이었다. 어벤 추리가 초콜릿을 사랑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나아갔듯이 나도 내적 동기로 충만하게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소설은 오랜만인데 너무도 사랑스럽고 재미있게 읽었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모두들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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