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갔는데 갑자기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 여행 작가의 신작이니까 당연히 중앙 매대에 수북이 진열됐을 거라는 기대가 산산이 깨져서였다. 박민우 작가의 신작은 여행 서적 칸의 제일 밑 칸에 딱 한 권 꽂혀 있었다.
유명 작가인데? 책이 이 정도로 인기가 없는 건가? 아니면 홍보가 덜 돼서 그런 건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베스트셀러에 비해서 인지도가 많이 약한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책은 생각보다 상당히 두꺼웠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가격이 좀 높길래 이유가 궁금했더니..
박민우 작가는 인사말에서부터 내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책 본문보다 인사말과 마무리 글이 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것 같다. 그는 정작 자신은 한 달에 삼십만 원도 쓰지 않으면서 살고 있지만 한국에서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버지들을 걱정하고 청춘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작가가 되면 인세로 평생 먹고 살 줄 알았는데 한 달에 인세로 들어오는 돈은 이삼십만 원 정도라는 마음 아픈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행복해 보였다.
아이폰과 최신형 노트북을 못 가져서 불행한 거라면 그것을 가져도 불행할 거라는, 그걸 깨닫는 데 사십 년이 걸렸다는 그 말..
요번 설날에는 어머니께 십만 원도 보내 드리지 못한 이기적인 자식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는.. 내가 그럴 용기가 아직 부족해서일까? 그런 그의 조금은 투정 섞인 넋두리가 난 너무 부러웠다.
그는 자칭 타칭 남미 전문가다. 내친김에 아시아도 횡당 했다. 그런데 인도 이야기를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단다. 그래서 질렀다.
솔직히 나조차도 아직 인도에 대해서 입장 정리를 하지 못했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티켓이 생겨도 갈등이 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그곳의 소문 사이에서.
박민우 작가도 여행을 하면서 참 많이 고생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는 저울질을 하자면 확실히 남미 쪽일 것이다. 물론 인도와 비교했을 때는.
글 속에서도 그는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좋아해 주는 이유는 솔직함 때문일 것이라고. 없는 글 쥐어짜 내서 쓰지 않는 그는, 이번에도 필이 와야지만 노트북을 열었다. 참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나 역시 그런 식으로 글을 쓰니까. 참 양심적인 작가다.
아이폰과 최신형 노트북을 못 가져서 불행한 거라면 그것을 가져도 불행할 거라는, 그걸 깨닫는 데 사십 년이 걸렸다는 그 말..
훈자 이야기를 할 때는 인도와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죽을지도 모르는 험난한 길을 통해서 꾸역꾸역 갔지만, 미처 그곳에 가기도 전에 이미 압도해오는 풍광..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알게 된 부분이지만, 훈자는 파키스탄에 있는 한 작은 마을의 이름이고, 파키스탄은 ‘탈레반’으로 악명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여행이 제한도 아니고 금지된 국가이다.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국가가 자체적으로 나몰라라 할 것 같은 그런 위험한 나라에 굳이 가는 이유는 책에 다 풀어놓았다.
그렇지만 마냥 들뜨고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런 곳인 것 같았다. 훈자는.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을 해서일까. 찾는 사람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곳은.
관광객이 좀 찾을 것 같은 분위기라 호텔도 지어놓고 게스트 하우스도 차려놓고 식당도 열어놓았지만,
망할 놈의 ‘탈레반’들 때문에 이미 몇 곳은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 사람들은 그냥 퍼준다.
물론 가끔은 사람인지라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사람들은 제일 돈 안 되는 야채 볶음밥만 사 먹는 사람들 때문에 한숨이 나오고,
그것도 모자라 다용도 실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누군가 때문에 가뜩이나 안 되는 장사 더 안 된다고 성질도 내보지만,
그건 아주 가끔 백 번에 한 번 정도다.
그 정도는 해줘야 되지 않겠는가.
그들도 사람인데.
박민우 작가의 글은 참 따뜻하다. 일류대를 나오고 영국에 어학연수까지 다녀온 사람이지만 그리 가진 것이 많이 없는 사람 이어서일까. 어떻게 보면 화도 쉽게 내고 쉽게 우울해하며 짜증을 달고 사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의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실은 그가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그는 정작 자신은 한 달에 삼십만 원도 쓰지 않으면서 살고 있지만 한국에서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버지들을 걱정하고 청춘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작가가 되면 인세로 평생 먹고 살 줄 알았는데 한 달에 인세로 들어오는 돈은 이삼십만 원 정도라는 마음 아픈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행복해 보였다.
난 그의 글을 '행복한 멈춤 STAY’라는 책에서 처음 접했다. 정작 그가 유명세를 떨치게 된 일만 시간의 남미는 한참 후에 읽었다. 나는 남미나 아시아 시리즈보다는 여행하다가 멈춰서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좋았다. 정작 작가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