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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Sep 26. 2016

내가 좋아하는 박민우 작가의 신작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


서점에 갔는데 갑자기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 여행 작가의 신작이니까 당연히 중앙 매대에 수북이 진열됐을 거라는 기대가 산산이 깨져서였다. 박민우 작가의 신작은 여행 서적 칸의 제일 밑 칸에 딱 한 권 꽂혀 있었다. 


유명 작가인데? 책이 이 정도로 인기가 없는 건가? 아니면 홍보가 덜 돼서 그런 건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베스트셀러에 비해서 인지도가 많이 약한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책은 생각보다 상당히 두꺼웠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가격이 좀 높길래 이유가 궁금했더니.. 


박민우 작가는 인사말에서부터 내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책 본문보다 인사말과 마무리 글이 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것 같다. 그는 정작 자신은 한 달에 삼십만 원도 쓰지 않으면서 살고 있지만 한국에서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버지들을 걱정하고 청춘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작가가 되면 인세로 평생 먹고 살 줄 알았는데 한 달에 인세로 들어오는 돈은 이삼십만 원 정도라는 마음 아픈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행복해 보였다. 


아이폰과 최신형 노트북을 못 가져서 불행한 거라면 그것을 가져도 불행할 거라는, 그걸 깨닫는 데 사십 년이 걸렸다는 그 말..

 

요번 설날에는 어머니께 십만 원도 보내 드리지 못한 이기적인 자식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는.. 내가 그럴 용기가 아직 부족해서일까? 그런 그의 조금은 투정 섞인 넋두리가 난 너무 부러웠다. 


그는 자칭 타칭 남미 전문가다. 내친김에 아시아도 횡당 했다. 그런데 인도 이야기를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단다. 그래서 질렀다. 





인도 여행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전부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가본 사람이건 가보지 않은 사람이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는 사람, 


더러운 동네와 치를 떨게 했던 그곳의 몇 악당 때문에 나쁜 기억만 잔뜩 인 사람, 


가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환상을 가지는 사람, 


반대로 각종 소문 때문에 별로 내켜하지 않는 사람.. 





솔직히 나조차도 아직 인도에 대해서 입장 정리를 하지 못했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티켓이 생겨도 갈등이 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그곳의 소문 사이에서. 


박민우 작가도 여행을 하면서 참 많이 고생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는 저울질을 하자면 확실히 남미 쪽일 것이다. 물론 인도와 비교했을 때는. 


글 속에서도 그는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좋아해 주는 이유는 솔직함 때문일 것이라고. 없는 글 쥐어짜 내서 쓰지 않는 그는, 이번에도 필이 와야지만 노트북을 열었다. 참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나 역시 그런 식으로 글을 쓰니까. 참 양심적인 작가다. 




아이폰과 최신형 노트북을 못 가져서 불행한 거라면 그것을 가져도 불행할 거라는, 그걸 깨닫는 데 사십 년이 걸렸다는 그 말..




훈자 이야기를 할 때는 인도와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죽을지도 모르는 험난한 길을 통해서 꾸역꾸역 갔지만, 미처 그곳에 가기도 전에 이미 압도해오는 풍광..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알게 된 부분이지만, 훈자는 파키스탄에 있는 한 작은 마을의 이름이고, 파키스탄은 ‘탈레반’으로 악명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여행이 제한도 아니고 금지된 국가이다.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국가가 자체적으로 나몰라라 할 것 같은 그런 위험한 나라에 굳이 가는 이유는 책에 다 풀어놓았다. 


그렇지만 마냥 들뜨고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런 곳인 것 같았다. 훈자는.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을 해서일까. 찾는 사람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곳은. 





관광객이 좀 찾을 것 같은 분위기라 호텔도 지어놓고 게스트 하우스도 차려놓고 식당도 열어놓았지만, 

망할 놈의 ‘탈레반’들 때문에 이미 몇 곳은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 사람들은 그냥 퍼준다. 

물론 가끔은 사람인지라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사람들은 제일 돈 안 되는 야채 볶음밥만 사 먹는 사람들 때문에 한숨이 나오고, 

그것도 모자라 다용도 실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누군가 때문에 가뜩이나 안 되는 장사 더 안 된다고 성질도 내보지만, 

그건 아주 가끔 백 번에 한 번 정도다. 

그 정도는 해줘야 되지 않겠는가. 

그들도 사람인데. 




박민우 작가의 글은 참 따뜻하다. 일류대를 나오고 영국에 어학연수까지 다녀온 사람이지만 그리 가진 것이 많이 없는 사람 이어서일까. 어떻게 보면 화도 쉽게 내고 쉽게 우울해하며 짜증을 달고 사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의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실은 그가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그는 정작 자신은 한 달에 삼십만 원도 쓰지 않으면서 살고 있지만 한국에서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버지들을 걱정하고 청춘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작가가 되면 인세로 평생 먹고 살 줄 알았는데 한 달에 인세로 들어오는 돈은 이삼십만 원 정도라는 마음 아픈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행복해 보였다. 





난 그의 글을 '행복한 멈춤 STAY’라는 책에서 처음 접했다. 정작 그가 유명세를 떨치게 된 일만 시간의 남미는 한참 후에 읽었다. 나는 남미나 아시아 시리즈보다는 여행하다가 멈춰서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좋았다. 정작 작가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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