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만에 드는 생각이지만 차인표는 따뜻한 사람이다.
스스로를 이류 연기자라고 지칭하지만 아직도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
그리고 벌써 몇 년 전에 두 번째 책을 낸 소설가.
그는 예전에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삶과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상당히 화제가 된 방송이었고 방송을 본 나도 많은 공감을 했었다. 그 후에도 가끔 그가 나왔던 회 차를 다시 찾아보며 힐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나 역시 이슈에 잠깐 반응하고 금방 잊는 보통 사람에 불과하다. 방송에서 이야기했던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차인표가 매일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아니니 그의 말이 내 삶에 끼치는 영향력은 그때뿐이었고 시간이 갈수록 옅어져갔다.
꽤 오랜만에 드는 생각이지만 차인표는 따뜻한 사람이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확실하게 느꼈다. 방송에 나간 그의 모습은 가식이 아니라는 걸. 마음이 따뜻하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따뜻한 글을 쓸 수는 없을 테니까.
소설가 차인표.
그는 이 소설을 통해서 희망을 말하고 싶었나보다.
소설 속 이야기는 거의 마지막까지 우울하게 전개되지만 책을 끝까지 읽은 독자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삶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마지막까지 놓지 말아야 될 그것. 너무 진부하고 식상하지만 누구나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는 희망이라는 단어.
노숙자 나고단, 엑스트라 이보출, 전직 건달 박대수.
세 명의 주인공, 그들은 이야기 내내 제대로 되는 것 하나 없이 계속 곤두박질치고 꼬이기만 한다. 이대로 이야기가 끝나는 건가 싶었다. 물론 그래도 된다. 소설에 정답은 없으니까. 그래도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작가의 글 솜씨에 의해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안쓰럽게, 암튼 재미나게 읽혀졌기에 읽는 내내 그리고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말에 대한 거부감은 딱히 들지 않았다.
고난이 심할수록 마지막의 희망이 감동적이라 했던가.
소설가 차인표는 약간은 뜬금없다 싶은 에필로그와 그 후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야기속 화려한 반전을 시도한다. 그리고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소 서툴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그 반전은 내 가슴을 따뜻하고 뭉클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때서야 다시 기억이 났다. 차인표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의심은 하지 않았지만 방송 이후로는 별로 생각해본 적 없었던 차인표라는 사람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기적 같은 구원을 통해서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차인표는 소설에서나마 그렇게 되길 바란다. 제일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도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서 희망을 말하고 싶었나보다.
조금은 동화 같기도 한 소설, 오늘 예보.
차인표는 이런 글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작인 ‘잘 가요 언덕’ 도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런 느낌의 소설이었던 것 같다. 문득 든 생각이지만 ‘성인을 위한 동화’라는 조금은 뻔한 수식어를 붙여도 괜찮을 것 같다.
소설가로서 그의 차기작이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인 욕심에는 그가 앞으로도 이런 따뜻한 동화 같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이런 이야기 이런 작가도 필요하니까. 단순하지만 그래서 어렵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의 우울한 이야기지만 유쾌하게 풀어낼 줄 아는, 그러면서 삶에 대한 깊은 성찰도 있고 따뜻한 희망을 가슴속에 품게 하는. 그러고 보니 이런 소설을 쓰기도 쉽지는 않다. 쓰라고 해도 어려울 것이다. 따뜻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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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누가 딱 한 번만,
만나서 반갑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어서 오라며 웃어주면 좋겠다.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초대해 주면 좋겠다.
외면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죽지 말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누가 딱 한번만,
내가 죽으면 슬퍼할 거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딱 한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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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거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글 중 일부다.
이글을 읽는 순간 울컥하면서 눈물이 났다.
블로그 속 다른 카테고리에 이미 포스팅을 한 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