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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Sep 28. 2016

마흔은 이렇게 아프기만 한 건가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읽을수록 더 아픈 책이다. 읽을 때마다 나이가 많아져서 그런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가 서른다섯이고, 지금은 서른여덟이다. 점점 마흔에 가까워져간다. 그리고 조금 더 마흔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 또 누군가는 아직 멀었다고 말하겠지.


이 책에는 마흔 즈음의 남자들이 살면서 흔히 겪는 에피소드와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동창회 명부가 나왔다며 오랜만에 걸려온 동창과의 전화에서 벌써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죽음을 알게 되고,

갑자기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받았는데 알고 보니 그 이유가 먹고 살기 바빠서 등한시한 사랑의 부재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고 씁쓸해 하고,

고향에 가서 만난 친구들이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서로의 수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대화를 단절당한 경험,

까페의 사장이 불청객이라고 생각했던 한 못생긴 또래 여자가 사랑하는 방식을 보고 자신을 한번 돌아보고,

어릴 때는 그렇게 사이좋게 지냈던 형제들인데 어머니 부양 문제로 서로 발뺌을 하는 모습에 장남으로서 변한 자신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사내 정치에서 중립을 지키려다 따돌림을 당하고,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해서 벌써 꽤 오랫동안 적자를 보며 가게를 운영 중인 한 남자는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대화를 나눴던 앞집 사장의 자살 소식을 듣고,



이것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다.







다행인 것 하나는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마흔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난 결혼해서 처자식이 있어서 그로 인해 생기는 갈등 같은 것을 겪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한 이십년은 부어야 되는 아파트 대출 같은 것도 없다. 


시골에 있는 친구들이 너무 잘 살고 있어서 그들과 비교될 일도 별로 없고, 


나름 예술을 한답시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회사에 매어 있는 몸도 아니라 해고로 인한 걱정, 


사내 정치 싸움 때문에 걱정, 오르지도 않는 월급 때문에 걱정할 것도 없다. 


부양해야 될 부모 때문에 형제들과 다툴 일도 아직은 없다.




하지만 반대로 보통의 또래들이 겪는 일들을 대부분 겪어보지 않아서 나름 글을 쓴답시고 사는데 상대적으로 빈약한 인생경험으로 인해 부족한 글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차원이 다른 걱정이 있기는 하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가 백퍼센트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난 어떻게 보면 더 심각한 상태이다. 아직 건강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체력은 점점 떨어져 가는 게 보이고, 가끔 한 번씩 아프기라도 하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그럴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든다. 구태의연한 말이지만 혼자이니 더욱 몸 관리를 잘 해야 되겠다거나, 지금이라도 누군가를 만나서 함께 사는 것은 어떨까하는.



다행인 것 하나는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마흔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지금 서른은 예전 서른이 아니고, 지금의 마흔 역시 예전의 마흔은 아니겠지만, 마흔이 주는 어감은 지금도 조금 무겁다. ‘꽃미남 영화배우 오빠들이 어느새 마흔’ 은 그들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병헌이나 차승원이 마흔일곱 살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아직도 팔팔해 보이는 근육질에 웬만한 이, 삼십대보다 더 매끈한 피부와 세련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데.


나 역시 ‘쉰’이라는 지천명의 나이가 이제 1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한눈 조금 팔고 여차하면 그 나이가 올 것이라는 걸 겪어봐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벌써부터 쓸데없이 긴장이 되곤 한다.


난 예전이나 지금이나 글을 쓴다. 애초에 난 직장 생활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평생 놀이처럼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그게 ‘글쓰기’였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전부 그것을 직업화하지는 못 한다는 건 몰랐지만. 그러나 차라리 그때 몰랐던 게 다행일수도 있다. 한국에서 이름 없는 평범한 작가로 살기가 어렵다는 걸 알았더라면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난 얼마 전 미루고 미루던 출판업 등록을 하고, 드디어 사업자 등록까지 마쳤다. 사업자 등록까지 하고 나니까 좀 더 긴장이 되고 벌려놓은 일을 제대로 해나가고 수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화하려면 얼마나 더 걸릴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난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들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그들의 미래가 어느 정도 예상이 됐기 때문이다. 난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난 내가 선택하고 걸어온 길이, 아직 완성과는 한참 거리가 먼 단계이지만 자랑스럽다. 그리고 내 선택을 사랑한다.




차라리 그때 몰랐던 게 다행일수도 있다. 한국에서 이름 없는 평범한 작가로 살기가 어렵다는 걸 알았더라면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책속에 나오는 마흔은 대부분 조금씩 위기를 느낄 나이의 직장인, 위태위태한 생계형 자영업자들이었나? 앞서도 얘기했지만 애초에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의 사연들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내가 그 우울한 범주에 들어있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는 나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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