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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Sep 28. 2016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이 결국 정답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팅의 타이틀은 그렇게 썼지만, 한 가지 더 쓰고 싶은 말이 뒤늦게 생각났다. 그 말은 포스팅 말미에 하기로 하고..


나름 유명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름 유명한 책이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 인정하듯 먹물에 대한 반감 때문일까? 난 그동안 이 책을 멀리했었다. 감성 따윈 조금도 없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할 것 같다는 섣부른 추측 때문이었다.



-여든 살 먹은 스위스 남자가 자기 인생을 기록해서 통계를 냈다.

그는 21년 동안 일했다. 잠을 잔 시간은 26년이었다. 밥 먹는 데 6년을 썼다. 사람을 기다리거나 만나느라 보낸 시간이 5년이었다.

이 이야기는 신문 칼럼에 더러 인용되고 여러 블로그에도 올라 있는데 정확한 출처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대충 계산해보면 그 정도 될 것 같다. 그가 나이 많은 사람이고 스위스에는 거대도시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늘날 젊은 대한민국 남자들이 일하는 데 쓰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다고 보아야 한다. 출퇴근에 들어가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더 길어진다. 깨어있는 시간의 최소한 절반을 일하는데 쓴다고 보면 될 것이다. 만약 직업으로 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그것은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이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단락이다. 다른 말들은 결과적으로 보면 비슷비슷했던 것 같다. 유시민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그는 먹물이긴 하지만 꽉 막힌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정치색 같은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내내 이야기를 했지만 어떤 것이 옳으니 이렇게 하라, 고 강제하거나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으니까.


가만히 보면 굉장히 충격적인 수치들이고 결론이다. 꼭 대한민국 남자들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으로 따진다면 세상에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직업으로 하는 일이 즐겁지 않은 사람이 내 생각에 70퍼센트는 될 것 같은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행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 일 외적으로 내적으로 의도치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21년 동안 일을 하는 동안 대부분 누군가와 같이 했을 것이다. 직장을 다녔을 테니까.


밥 먹는 것도 누군가와 같이 먹었겠지.


사람을 만나거나 기다리거나 하는 동안 줄곧 바깥에서 사람들 속에 있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좀 가지라. 그리고 그것을 즐겨라.




생애 대부분은 누군가를 만나고 무언가 활동을 한다. 에너지를 발산하는 일이다. 하물며 밥을 먹고 잠을 자는데도 미미하게나마 에너지를 발산한다. 혼자 있는 시간은 사색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누군가는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다며 항상 뭔가에 쫓기며 바쁜 삶을 살기도 하지만, 잠깐이라도 혼자 앉아 꼭 의미가 있지 않아도 뭔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그렇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그게 의미가 있을까. 바쁘게 살지 말라는 게 아니다. 죽기 전에 “그래도 꽤나 열심히 살았어.” 라며 자기 위안을 삼는 부분도 좋지만, “너무 일만 하면서 살았다.” 고 후회를 하거나 그런 기억이 많다면 그것 역시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한 의사나 간호사들이 펴낸 책을 읽어보면 너무 바쁘게만 살았다며 자신의 지난 삶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고 하니까. 한번쯤은 생각해볼 부분이 아닐까.


서두에 언급했던,

문득 한 가지 생각난 것이 있다.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저자가 뭔가 하나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


앞에서 인용한 부분 중 되짚어볼 부분은 그 시간에 대한 것이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이 행복하지 않다고. 직업으로 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이런데서 유시민이 먹물이라는 게 티가 나는 것일까? 그 역시 꽤나 배운 사람이고, 나름 셔츠를 입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대다수인 서민들을 이해하는 건 힘든 것일까. 그 역시 결국은 얼마 전 생각 없는 말로 네티즌들에게 거센 공격을 당했던 안철수 의원처럼, 그도 결국은 어쩔 수 없는 가방끈 길고, 유학 생활 좀 했으며, 그래서 보통은 펜대를 잡는 일을 한, 보통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인가?





하루 스물 네 시간.

대한민국의 보통 젊은이들, 아주 보통의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바친다. 

하루 근무시간이 아홉, 열 시간은 물론이고 열두시간은 기본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태반이며, 

그것도 모자라 각종 프로젝트로 야근은 물론이고 철야까지 빈번하게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출퇴근시간까지 하루에 많게는 네 시간씩 잡아먹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다. 

출근하기 위해 집에서 여섯시에 나오고 그러기 위해서 다섯 시면 기상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밤 열두시인 직장인들이 대부분인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다. 

하루의 절반이 아니라 하루의 대부분을 일, 그것도 좋아서 즐겨서 하는 게 아니라, 먹고 살기위해서 하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다. 

심지어는 수면의 일부분을 교통수단 안에서 해결한다. 그것도 어떤 사람들은 손잡이를 잡은채 복도에서 선채로.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대한민국 젊은이들이라고? 깨어있는 시간이 아니라 하루의, 그것도 절반이 아닌 대부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지 못하다. 대한민국의 그것도 젊은이들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시민 선생님, 당신은 아직 먹물이다. 당신이 진보성향이 강한 정치인이었고, 보통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부분은 조금 높이 살 수 있으나,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가방끈 길고 유학생활을 꽤 했으며, 주로 펜대를 잡는 일을 했고 아직 하고 있는 먹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자. 그러니 말을 할 때는 한번,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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