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연말이 되면 매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에 대한 방송이 여기저기서 나오곤 한다. 오늘 내가 본건 그리 멀지 않은 캄보디아의 극빈층에 관한 이야기였다. 집안 사정이 너무 어려워 쓰레기들을 주워다가 씻어서 팔수 있는 건 되팔아서 생계비의 일부를 마련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넷인가 그랬는데 엄마의 나이는 고작 서른셋인가 그랬다. 이런 방송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아직 나는 고생을 해본 것도 아니다, 열심히 살자, 같은 생각이 들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정말 그때뿐인 것 같다.
‘과연 나 같은 사람은 뭔가?’
불과 몇 달 전 급히 현금이 필요해 당일 일당을 준다는 택배 물류센터 일을 해보고는 도저히 나 같은 사람이 할일이 아니다 싶어서 중간에 관두고 나온 적이 있다. 한동안 그런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송을 본 즈음해서 든 생각은 ‘과연 나 같은 사람은 뭔가?’ 였다. 나 역시 그런 정도의 상황에 놓이면 그런 일이라도 해서 먹고라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내가 중요시하는 사는데 최소한의 것을 제외한 정신적 문화적인 생활 따윈 사치이지 않을까.
난 한 달에 책을 적으면 열권 정도는 읽고 영화도 그 정도는 본다. 일주일에 영화관을 최소 한번은 가며 읽는 책도 대부분 중고이긴 하지만 다 사서 본다. 그 외 갈증 날 때 맥주, 속이 상하면 소주, 배고프면 야식.. 꼭 사고 싶은 신발, 지갑, 옷.. 얼마 전에는 핸드폰도 부셔져서 고치느라 뭐 좀 해매긴 했지만 결국 한 십오 만원이 들어간 것 같다. 나의 이런 일상들이 캄보디아에 사는 내가 본 그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쓰레기를 주워다 파는 일이 해서 안 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정직하게 일을 하고 땀을 흘려 버는 돈이기 때문에 그 어떤 돈 보다 값지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어떤 희망이 있을까. 끝도 보이지 않게 이어지는 가난, 하루하루를 걱정해야 하는 먹을 거리, 입을 거리.. 아직 상당히 젊은 아이들의 엄마도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엄마의 아이들은 평일에도 학교도 가지 못하는 날이 많다고 한다. 물론 아주 낯선 일은 아니다. 종종 들어온 소식이다. 하지만 종종 들어온 소식이라고 해서 외면할 수 있을까. 물론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자꾸 접하다 보면 둔감해지고 무뎌지기는 하지만. 내가 텔레비젼 속 그들의 삶에 마음 공감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도 잠깐일 것이다.
세상에는 쉽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뭐 그들 나름 두뇌 노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아니면 어느 쪽 방면으로 기가 막히게 시야가 트여서 정보 수집력이 남달라서.. 그들은 돈을 쉽게 번다.
많이 벌면 나눌 줄 알고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도 좀 하고 살자, 같은 뻔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 역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아직도 못하고 있으니까. 그럴 능력도 없다. 나눌수록 기쁨은 배가 된다고 하지만 정작 나 자신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말이다.
한사람의 변화가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이 된다고도 하지만.. 글쎄..
불법을 저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편법, 운 좋으면 합법적으로 각종 세금을 탈루하는 기업들,
어느새 연봉이 일억씩이나 된다고 하는 국회의원들,
그리고 그들 사이를 오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가도 한번 만져보기 힘든 사과박스들..
뭔가 말하고 싶지만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것 역시 비겁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정작 나부터 변해야 하는데.
아직도 아른거린다. 캄보디아의 한 프놈펜이라는 대도시에서 쓰레기들을 주으러 다니는 젊은 엄마와 그녀의 어린 아이들이. 마음이 복잡하다..
문득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안하고 하루하루 신명나게 살 수 있는 세상.. 만일 그것이 지나친 욕심이고 사치라면 적어도 사는 게 못 견디게 힘들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는 세상..
어떤 책에서 본 건데 뭐 이런 비슷한 말이었던 것 같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이상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