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찝찝한 영화였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 지는 모르겠다.
초반부.. 생각보다 지루하다. 너무 조이기만 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럴 걸 어느 정도 알고 봤는데도 막상 화면을 접하니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 대한 평점이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막판 이십 분 정도?
뒤집힌다. 모든 것이. 조금 지루한 것 같았던 전개도, 그로 인해 박해질 뻔 했던 이 영화에 대한 내 평점도.
처음에는 연출의 실패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댓글에 달아놓은 말 처럼, 김성수 감독이 이제 은퇴해야 할 때가 온건 아닌가.. 복귀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거의 런닝타임 내내 깔리는 걸레를 문 듯한 극 중 정우성의 말투.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역시 배우는 어느 정도는 이미지 따라 가야 하는건가 싶었다. 연기의 완급 조절을 못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전부 다 나쁜 놈들이다. 주요 인물 중 가장 먼저 죽는 주지훈이 그나마 ‘착한’마음이 조금은 남아 있다. 막판에 총구를 자신에게 겨누는 걸 보면.
김종수님이 연기한 부시장의 장례식, 그곳에서 벌어지는 막판 혈투..
강렬하다는 표현말고 좀 더 자극적인 단어가 없을까?
잔인하고, 끔찍하다.
난 ‘신세계'나 '악마를 보았다’ 보다 더 그 쪽 방면으로 센 영화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 영화는..
무섭다!
그 말이 딱인 것 같다. 각자 권총과 칼, 도끼를 들고 서로를 찌르고, 베고, 죽이는 그 장면들은.. 정말이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강심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장면을 피하는 남자는 아닌데, 영화 막판 더 이상 잔인할 수 없는 그 싸움을 보는 동안은 혼자서 움찔하고 흠칫했다.
정우성은 참 운이 없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영화는 그의 필모그래피중 역대급 연기를 선보인다. 그 자신이 한 말대로 자신의 연기력의 최대치를 쏟아
부은 게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올해의 가장 강력한 주연상 후보는 ‘곡성’의 곽도원이 될 것 같으니. 정우성이 배우로서 꽤 괜찮은 연기를 선보인 해에는 항상 더 강력한 경쟁자들이 대기 중이었다.
개인적으로 김원해님의 ‘짝대기’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막말로 정말 ‘약빤듯한’ 연기였다. 조심스레 남우 조연상을 예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긴 그러기에는 이 영화 아수라 자체에 주연보다는 비중이 적은 막강한 조연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더 이상 상황이 뒤집어질 수가 없고 자신의 목숨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곽도원이 황정민의 “충성을 보여달라.”는 말에 순간 눈빛이 변하며 자신의 부하 여직원을 향해 섬뜩한 눈길을 보내며 칼자루를 집어들 때는 소름이 돋았다.
주지훈이 그렇게 연기를 잘한다는 것도 이번 영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그가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영화속 다른 배우들에 비해 그간 주지훈이 스크린에서 보인 영향력은 없다시피 했으니까. 그는 어쩌면 당분간은 바쁠 것이다.
황정민이야 뭐..
이번 영화에서 그의 모습에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이 꽤 될것 같다.
물론 나 역시 전에는 그랬었다. 그러나 나의 그에 대한 평가는 곡성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물론 정체된 시기가 있긴 했으나..
대중적인 관점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통의 관객보다는 배우의 연기를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보였을 것이다. 누군가는 신세계의 정청과 비슷하다 하지만, 분명 그는 이번에도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뭐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다. 공감하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연변들이 주는 임팩트가 상당했고, 그들의 무식한 칼질과 도끼질이 아니었으면 막판의 무서움이 상당 부분 사라졌을 테지만.. 대안은 없었는 지에 대한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신세계에 나오는 연변과의 비교는 불가피할 것이다. 후발이라는 패널티가 있긴 하지만 굳이 승패를 나누자면 난 아수라 연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들은 정말 무서웠다. 그러고보니 연변인지 다국적 거지들 인지도 모르겠다.
일반 관객들이 보기에는 정말 재미없는 영화일 수도 있겠다. 정우성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대부분의 여성 관객이 실망스런 얼굴을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배우나 연출자, 혹은 그 외의 영화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아마 ‘곡성’과 비교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한방에 대한 이야기가 한동안은 오가리라 생각된다.
막판에 뜬금없이 드는 생각 하나.
그냥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쯤..
김성수 감독의 예전 작품인 ‘비트’와 ‘태양은 없다’의 정서도 조금은 녹아 있는 것 같다고.
조금 상관 없는 얘기 같을 수도 있지만, 하정우 주연의 영화 ‘황해’와 비슷한 느낌도 제법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