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탄광촌, 약국, 소주, 외로움, 그리고.. 봄

by 우성


꽃피는 봄이 오면


이제는 살아 있는 전설의 반열에 오른 최민식. 그가 자의반 타의반 그런 칭호를 얻게 된 본격적인 계기가 된 작품은 그 유명한 ‘올드보이’다. 그리고 그 후 전무후무할 정도의 살인마 캐릭터를 창조해낸 ‘악마를 보았다’, 그리고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예전 작품 ‘파이란’. 최민식 하면 이 세가지 정도가 대표작 이지 않을까? 물론 작년에 개봉해 이제는 최민식에게 최고의 스코어러라는 네임까지 안겨준 ‘명량’ 이나 다시 한 번 역사를 쓰게 될지도 모를 다음 주에 개봉 예정인 대호도 있긴 하지만. 암튼 최민식 하면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알만한 대표적인 작품은 그 세 가지 정도다. 내 생각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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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 오면.


이 영화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영화 제목으로 직접 검색을 해도 검색 결과는 그렇게 많지 않은 작품이다. 당시 흥행 성적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최민식이라는 배우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작품이다.


내가 이 작품을 알게 된 계기는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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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봄’ 자가 들어가지만 영화는 내내 겨울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그것도 눈이 그렇게 많이 온다는 강원도의 한 탄광촌에서.


음악을 전공했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전공자들이 그렇듯이 레슨으로 밥 먹고 살 돈을 버는 극중 최민식(현우)은 헤어진 연인을 완전히 잊기 위해, 그리고 같이 살고 있는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결론은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강원도 한 중학교의 관악부 지도 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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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상도 꽤 타고 유능했지만 지금은 부원 자체도 모자라는 학교 내의 골칫덩어리 비슷한 존재가 된 관악부. 현우는 이곳에서도 별다른 희망 따윈 찾지 못하지만 지방 특유의 분위기에 서서히 젖어 들어간다. 길가에서 떡을 파는 고령의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아이, 광부 아빠와 같이 살고 막 한창 이쁜 연애를 시작한 케니지를 좋아하는 아이, 그리고 동네에 한곳뿐인 약국을 운영하는 미모의 약사, 그녀를 좋아하는 동네 카센터의 정비공, 그들 말고도 수많은 관악부원들.. 그들이 이곳에서 현우를 변화 시키는 존재들이다. 변화시킨다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삶에 찌든 현우를 보듬어 준다고 보는 게 맞는 말이겠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 그 추운 겨울 내내 현우는 오히려 이곳에서 얼어붙었던 마음을 조금씩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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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 내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의 트럼펫 연주곡이 너무나 좋다. 너무 쓸쓸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따뜻하게 마음으로 다가온다. 소주 한잔 마시고 들으면 눈물이 날것만 같기도 하다.


최민식이 자주 보이지 않는 힘을 뺀 일상 연기도 너무 좋다. 상당부분 에드립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가 많이 보인다. 아마 최민식은 촬영 내내 놀다가는 기분으로 촬영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만큼 전체적으로 편안해 보였다. 물론 트럼펫 연주나 지휘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많은 연습을 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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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DVD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새 제품은 품절되었고 중고는 새것보다 비싸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내가 돈이 그렇게 많은 사람은 아니니까. 그래서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물이 나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주문을 했었다. 그리고 받아봤을 때의 그 감흥이란. 케이스는 중고의 느낌이 제법 났다. 그 점은 조금 아쉬웠다. 중고를 싸게 샀으면서도 중고의 느낌이 나서 아쉬워하는 사람의 마음이란.. 재생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가격대비 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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