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스스로 ‘작가’라고 말하는 게 쑥스럽다.
난 스물아홉 살 초여름에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금은 서른여덟이다. 자그마치 십년이 지났다. 말 그대로 운명처럼 다가온 글쓰기였는데 이렇게 삼십대를 후다닥 흘려보낼 줄은 몰랐다. 남들 보기에 그럴싸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그 정도면 뭔가 돼있을 줄 알았다. 정말이다. 난 내가 천잰 줄 알았으니까.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어이없어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책을 그렇게 닥치는 대로 읽어대던 문학청소년 시절을 보낸 것도 아니었고,
‘작가’를 꿈꾸고 그쪽 전공을 택한 것도 아니었으며,
‘글 쓰는 일’에 대해서는 정말 눈꼽 만치도 생각을 하지도 않던 내가 갑자기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했고,
막상 써보니 꽤 잘 써지고,
인사치례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감각이 있다거나 하는 칭찬을 누군가에게서 몇 번 듣다 보면..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을 직업화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처음과는 다르게 이젠 집에서도 그 전처럼 “민석아, 이제 공장 같은 데라도 좀 들어가야 되지 않겠니?”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말이 없을 뿐. 내가 만만한 친 동생은 “영어공부해라, 영어만 잘해도 일자리 선택이 폭이 넓어진다.”는 말을 아직도 하기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난 맞받아친다. 내가 영어를 너만큼 하는 것과, 니가 운전면허를 따는 것중 어느 쪽이 빠르겠냐고.
난 글을 쓰겠다고 생각을 한 후로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단 한번도. 중간에 연기도 해보겠다고 덤볐다가 나가떨어지고 끝내 포기를 하기는 했지만, 글쓰기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정말 단 한번도.
어떻게 보면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찾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으며, 그 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되겠으며, 그것을 직업화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난 운이 정말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까지도 글만 쓰며 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고, 빛도 꽤 늦게 볼 것 같으니까, 오래는 갈수 있지 않을까.
난 사실 스스로 ‘작가’라고 말하는 게 쑥스럽다. 남들이 알아서 그렇게 소개를 해주면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지경이다. 자격지심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써서 먹고 살수 없다는 핑계로. 밥까지 굶어가면서 연극무대에서 혼을 불사르는 배우들도 있고, 글을 써서 돈을 벌긴 하지만 ‘돈벌이’라고는 할 수 없는 지경인 작가들이 그래도 ‘배우’, ‘작가’라고 불리는 것을 떳떳하게 여기는 것에 비하면 더더욱 분명하게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