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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Oct 14. 2016

새치기하는 할아버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지하철 9호선의 환승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분명히 문 옆으로 줄이 두 줄, 길게 서 있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슬금슬금도 아니고, 너무도 당당하게 맨 앞으로 걸어나가서 열차의 도착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편견, 어쩔 수 없이 생긴다. 

나이 많은 어르신이라는건 알겠다. 

필요하면 양보를 해야한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도 있다. 

굳이 새치기를 하냐며 짜증을 내고 언성을 높이며, 아버지뻘 되는 분과 함께 삿대질을 하며 싸울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그렇게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좀 다른 경우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도 그런 걸 몇 번 봤다. 


수시로 운전석 창 밖으로 가래침을 내뱉으며 봉고차를 모는 할아버지들.. 

그들은 뭐가 그리 급한지 레이싱 하듯 운전한다. 

경험 상, 그 안에 타고 있으면 겁이 나서 잠을 잘 수가 없는 지경이다. 

요즘 나온 차들은 좀 덜하지만 구형 모델들은 차체에 충격 흡수 장치도 상대적으로 잘 안돼있고, 

차체가 그야말로 철판 한 장만 딱 있는 것 마냥 안정감이 전혀 없었다. 

엄청 무섭다. 


새치기를 한 그 할아버지는 주위의 시선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어서 빨리 열차야 와라, 는 표정으로 앞만 보고 계셨다. 


이윽고 열차가 도착했다. 그리고 난 내가 약간의 오해를 했음을 깨달았다. 


요새는 급행 열차라는 게 있다. 빠른 운행을 위해 전철 역 몇 개를 건너 뛰는 그런 열차다. 내가 기다리고 있던 9호선 역시 급행 열차가 다니는 구간이 있는 호선이었다. 


결과적으로 난 그 열차를 보내야 했다. 내가 타야할 건 급행은 아니었고, 굳이 타려면 타고 몇 정거장 더 가서 내린 후 다시 갈아타면 되지만, 갈아타기가 귀찮았다. 


그 할아버지를 실은 급행 열차는 빠른 속도로 멀어져갔다. 난 나의 섣부른 판단에 대해 잠시 반성을 해야 했다. 낯이 뜨거워질 정도로 엄청나게 부끄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난 내가 공공장소의 에티켓이라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단지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그 사람을 깎아내렸을까를 생각하니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그 할아버지가 새치기를 한 건, 결과적으로 맞긴 하다. 줄 지어 서 있던 사람들 중에서도 급행 열차를 타려고 하는 사람은 있었고, 그 사람들은 열차가 도착한 후에 대열에서 빠져나와 열차에 올랐으니까.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그 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중 과연 몇이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부끄러웠었다. 내가 뭐 대단하다고, 나도 공중도덕을 백퍼센트 지키는 것도 아닌데, 단지 내가 생각하는 기준과 선에서 다른 사람들을 멋대로 판단하다니.. 


한 번씩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겸손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한가지 더!


가래침을 계속 뱉으며 운전을 하시던 할아버지. 그 분 뿐만 아니라, 가끔 택시를 타거나 할 때면 종종 생각하는 부분이다. 


운전을 하시는 분들은 보통 크지 않은,이 아니라 왜소한 체구에 깡마른 분이 보통이다. 인상도 상대적으로 날카롭고 느끼기에 따라 조금 신경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이상하게도 위험하게 운전을 하시는 분들은 꼭 그런 분들이다. 운전이 그렇게 능숙해보이지도 않는다. 핸들도 두손으로 꽉 움켜쥐고서, 앞차가, 그게 설령 같은 업종에 있는 다른 택시라 할 지라도 끼어들기만 하면 클락션을 쉴 틈없이 울려댄다.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는 건 기본이다. 남자인 나도 신경이 쓰이는 데 승객이 여자라면 왠지 눈치가 보이고 조심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그 때 마다 하고는 했다. 어쨌건 운전대는 그 사람이 쥐고 있으니까. 


이것 역시 나의 지독한 편견 인지도 모른다. 오로지 나의 기준에서 판단하는. 정답은 모르겠다. 그 아저씨들도 정말 사납금 채우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많이 태워서 하루를 보람차게 끝내기 위해 그렇게 했는지도. 


그러나..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난 그런 걸 정말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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