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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Oct 16. 2016

아이들은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최근 스마트폰 어플 중 하나인 TTimes를 즐겨 본다. 카드 뉴스 형태인데 포털 사이트의 흔하게 넘치는 뉴스보다는 조금 더 생각할 많이 하게 되는 내용이 많은 것 같아서 주기적으로 챙겨서 보고는 한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언젠가부터 진짜 ‘카메라’의 성능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고는 있지만, 난 그 옛날 폴더폰 시절부터 그리 많이 쓰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언제 어디서고 ‘셀카’를 남발하는, 보통은 ‘어린 여자’인 그들이 난 가끔 신기해 보인다.




대체 저렇게 많이 사진을 찍어서 어디다 쓰려고 그러는 거지? 사진이 잘 안 나와서 다시 찍는 건가? 아니면 일단 무조건 찍어놓고 그중에 고르려고 하는 건가?




나쁜 편견이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언제 어디서고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막 찍어대는 그들의 모습이 내게는 아직도 재미난 풍경이다.


물론 부럽기도 하다. 그들이 한창때의 싱그럽고 푸르른 자신의 모습을 담아두려고 하는 그런 모습 자체가.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은 정말 빛을 발하는 싱그러움을 간직하고 있으니까. 내가 하지 못하는 행동들이어서 더 그런 건지도 모른다. 


최근 ‘스냅챗’이라는 어플을 하나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이미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어플이었다. 나름 트렌드를 잘 따라잡는다고 생각하건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삼십 대 후반인 건가?


스냅챗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일정 시간 후에는 사라지는 거라고 한다. 그런가 보다 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고 한다. 


전철을 타고 어딘가를 가던 중, 카드 뉴스에서 읽은 내용이다.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세상에.. 사진으로 대화를 하다니.. 


단순히 찍어놓고 저장을 한 후 과거형이 돼버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고? 



다시 한번 내가 어쩔 수 없는 아저씨가 되는 순간이었다. 나쁜 편견은 아니라고 했지만, 솔직히 ‘아니 뭘 저렇게까지 찍어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그 행동은 대화를 위한 행동이었던 거다. 단순히 ‘나 어디서 뭐 하고 있어.’ 같은 자랑질이 아닌, 그래서 좋아요! 버튼을 유도하기 위한 할 일 없는 행동이 아니란 뜻이다. 물론 내가 스냅챗의 기능을 모두 다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그 행동들이 정말 ‘대화용’으로만 쓰이는 건지, 아니면 여타 다른 어플처럼 별 의미 없는 자랑질에도 사용이 되는 건지는, 난 모른다. 


그러나 내가 전철을 타고 가던 도중 그 뉴스를 보고 느낀 건,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편견이 또 하나 깨지면서, 그동안 그들의 문화를 직접 해보지도 않고서 판단하고 무시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열 살 차이만 나도 공감하는 많은 부분이 바뀐다. 세대가 바뀌면 그건 어마어마하다. 어설프게 보다 어린 세대에 끼어들려고 하면 무시당하기도 쉽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내가 나보다 어린 세대에 대한 편견을 말할 때, 

그들은 돌아서서는 나 같은 아저씨들을 욕할 것이며, 

내가 나보다 한 세대 위의 어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들 역시 ‘어린놈의 자식들이’라며 혀를 차고 때로는 분개를 할 수도 있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를 댄다. 그래서 굳이 이해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부모님의 생일 선물을 고르고 있는 아들이, 

불시에 방문을 열고 들이닥친 아버지에게 실상은 모르는 핀잔을 듣는다. 

아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는 짐작도 하지 못한 채, 

다 너 잘돼라고 하는 말이라는 핑계로 지긋지긋한 잔소리를 쏟아낸다. 




이해를 하는 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을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오늘도 이렇게 하나 배웠다. 


최소한 앞으로 ‘셀카질’에 대한 색다른 시선은 없을 것 같다. 대화를 한다는 데 도대체 뭐라고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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