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일상에 쫓길 때이다. 아무래도 글을 쓰는 일이 아직 직업이 되지는 못한 상태이다 보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직업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손쉬운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다가 오랜만에 4대 보험이 적용되는 회사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심했다. 일의 특성상, 그리고 입사를 할 때의 내 마음가짐으로 봤을 때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포함 열 시간을 넘게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하고 오다 보니 집에 들어왔을 때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되는 날이 이어졌다. 며칠 동안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피곤한 마음에 잠깐만 누워있다가 일어나야지, 혹은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써야지, 라는 생각을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렇다. 난 가끔 잊는다.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걸. 일상의 스트레스 때문에 글을 쓸 기력이 없다고 말하면 핑계가 될까?
그래서 일주일을 고스란히 날리고 주말에 늦잠까지 실컷 잔 후에야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을 수가 있었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나 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건 마찬가지다. 숨 가쁘게 달려야만 하는 일상에 쫓겨, 챙겨야 하는 가족들에 치어서 정작 나를 돌아보는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
최근에 내가 좋아하는 여행 작가 박민우가 이런 말을 한걸 책에서 봤다.
사는데 참 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얻기 위해서, 혹시 모를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잊고 산다. 정작 현재의 행복은 조금 미루고 혹은 포기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