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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Oct 29. 2016

이상한 동기 녀석



최근 새로 입사한 회사에 조금 엉뚱한 동기 한 명이 있다. 나이도 나와 동갑이고 이번 입사 기수가 몇 명 되지 않아 금방 친해진 놈이었다.


뭔가 감추는 게 많은 놈이었다. 항상 중고 거래를 하기 위해 뭔가를 들고 다니고, 일이만 원 때문에 거래자와 협상을 하느라 고민을 하고, 그것 때문에 오히려 회사 일에는 집중을 못 하는 조금 희한한 녀석이었다. 


“그것 때문에 신경 쓰고 머리 아플 바에는 그냥 일이만 원 깎아주고 팔아버리는 게 낫지 않냐?"  


똑같은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해서 사람을 귀찮게 하길래 내가 해준 말이었다. 그래도 녀석은 아니란다. 자신만의 거래 철학이 있다나? 알고 보니 녀석은 다섯 개의 신용카드를 돌려 막아가며 결제하느라, 그리고 지난 한 달 정도 수입이 없어서 현금이 급한 상황이었는데도 그랬다. 그래.. 뭐 다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며칠 전 퇴근 후 식사에 반주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평소보다 말이 편하게 나왔고, 내가 그동안 녀석에 대해 느낀 부분에 대해서 평소보다는 솔직하게 말을 했다. 


다음날 녀석이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전날 술을 마신 후 술김에 신용 카드 한 장의 한도 조회를 해봤는데 한도 상향이 있었다며, 그래서 당분간은 숨통이 트였다고. 그래도 말을 들어보면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점심시간에 아직도 나와 같이 근처에 외부인 출입이 가능한 우체국 국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그곳이 제일 싸다는 이유다. 점심 한 끼 해결도 단돈 천원이 싼 게 어디냐는 이유로 회사 내 다른 사람들은 별로 찾지 않는 그곳을 녀석은 항상 찾는다. 물론 나도 같이 식사를 하기 때문에 항상 동행한다. 


어제인가는 주말에 교회 사람 중 한 명의 결혼식이 있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모양이었다. 말이 고민이었지, 이미 가기로 결정을 한 상황이었다. 돈 없다고 참석을 하지 않기에는 모양 빠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사람들은 니 사정을 몰라?"

“대충은 알아."

“아는데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자세히는 모르지."

“넌 그 사람들 앞에서 니 모양 안 빠지는 게 중요해? 아니면 당장 니 생계가 중요해?"


답답해서 내가 한 말이었다. 녀석은 결혼식 말고도 주말에 따로 교회 사람들과 MT도 가기로 예정돼 있는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나에게 같이 미팅 나가자는 제의도 했었다. 


뭐 상관없다. 녀석이 그러거나 말거나 녀석의 사생활이니까.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다만 귀찮았다. 별 관심도 없는 주제로 대화를 자꾸 시도하는 녀석이. 내가 딴짓을 해도 녀석은 몇 번이고 시도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잠깐의 외로움도 참지 못하는 성격인 건가?



뭐 이해는 한다. 그래서 동기 좋은 게 이런 거 아니겠냐 싶은 생각에 가끔은 상대를 해준다. 

그러나 아주 잠깐이다. 녀석은 사람을 아주 쉽게 질리게 한다. 



녀석은 감정 기복도 심하다. 아주. 입사할 때만 해도 나보다는 업무에 경험이 많은 녀석이어서 자신만만하더니,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에는 급속도로 우울 모드가 되고는 했다. 같이 있는 나까지 우울해질 정도로. 

그러다가 성과가 좋은 날에는 다시 급속도로 기분이 업 되어 신나게 떠들어 댔다. 녀석의 그런 성격이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다. 옆 사람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이래저래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녀석이다.


녀석에게 중요한 건 뭘까? 당장 돌아오는 카드 대금을 결제하는 일? 매일 단돈 천 원이라도 저렴한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 가진건커녕 당장 빚밖에 없으면서 이런저런 경조사에 모양 안 빠지게 참석하는 일? 당장 외로움을 벗어나는 일?


녀석도 잊은 게 아닐까? 당장 뭐가 중요한 건지? 정작 녀석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난 가끔 잊는다.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걸. 새로 알게 된 녀석의 존재로 인해 더욱 가중되는 피로감이 나를 더 그렇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한번 있었다. 녀석의 일거수일투족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글을 써봐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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