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태어날 둘째 아이
둘째 아이의 태명은 '쓰담이'이다.
아무래도 '두 번째' 경험이고 요즘에 첫째 아토가 바깥에서 너무나 왕성하고 활발한 시기 이기 때문에, 비교적 아토가 배에 있을 때 비해선 관심을 많이 못 받는 듯하여 안쓰러워 붙여진 태명이다. 그리고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 쓰담쓰담~'이라는 뜻도 있다. 그렇게 라도 존재 자체로 빛나고 위안받으라고 말이다. 둘 다 똑같이 소중하지만 현재 눈앞에 있는 일들을 헤쳐 나가기에 급급하다 보니 가끔은 둘째가 있는 듯 없는 듯한 것도 사실이다. 아직 아이 둘을 키우는 사람들이 근처에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건 원래 다들 비슷하게 느끼는 건가?
아토 때는 아내 배에다 귀도 기울이고, 책도 읽어주고, 음악도 들려주며 태교도 꽤 열심히 했던 걸로 기억한다. 대화도 자주 시도했었다. 잘 자라다가 나와서 웃으며 보자고, 우렁차게 울며 "나 태어났다!!" 라며 세상에 알려야 하니 그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난 널 보며 웃을 거라고 그렇게 속삭이며 지냈다. 아내와도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신기해서 많이 설레 하고 감성적이고 그랬던 것 같다. 또 아내가 혼자 집에 있었으니, 친구와 여행도 다녀오라 보내고,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다양한 체험도 하게 했었다. 지금 우리 쓰담이 한테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죽겠다. 쓰담아 미안해!
아내는 그래도 늘 함께 붙어(?) 있으니 나보다는 훨씬 많은 교감을 하겠지만, 입덧을 너무 심하게 해서 안 그래도 작은데 뭔가 더 수척해진 것 같기도 하다. 쓰담이 도 딸 일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이제 딸이 둘이라는 게 아직은 현실에 와닿지는 않는다. 아들을 키워보진 않았지만 딸을 늘 원했던 나로선 기쁨을 숨길수 없었다. 쓰담이는 올 9월 말에 태어날 예정이다. 아토도 생일이 9월인데 딱 겹치게 생겼다.
아토를 뱃속에 가지고 있을 때 아내는 파스타를 그렇게 찾았었는데, 지금은 크게 당기는 게 없다고 한다. 그래도 미리 걱정했던 것처럼 아이 하나를 몸에 품고, 그 두어 배는 되는 아이 하나를 더 본다는 게 나는 상상이 가질 않아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퍼부어 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모쪼록 그래서 바빴던 날들이 훨씬 더 바쁘게 느껴진다. 또 신생아 때 잠 못 잘 거 대비하면 지금이라도 푹 자 둬야 할 텐데 말이다. 인생이 더 풍부해졌다. 혼자 자취방 원룸에 누워서 오늘은 누굴 만나지, 뭐하고 놀지 고민하다가 결국 귀찮아 혼자 치킨 한 마리와 맥주를 시키고 이미 봤던 영화나 다시 보던 지루했던 날들에 비하면 정말 너무나도 풍부해졌다. 몸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지금 난 내가 바라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우울 속에 빠져 지내던 날들도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잘 생각도 나질 않는다. 생각 날 겨를이 없는 것 같다. 이게 가족의 묘미인가 싶다. 열심히 살다 보면 또 한층 더 밝아지고 웃을 날들이 올 것이다.
대한민국 엄빠들 파이팅!
( cold play - fix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