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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이 May 12. 2022

쓰담이에 대한 기록

곧 태어날 둘째 아이

둘째 아이의 태명은 '쓰담이'이다.


 아무래도 '두 번째' 경험이고 요즘에 첫째 아토가 바깥에서 너무나 왕성하고 활발한 시기 이기 때문에, 비교적 아토가 배에 있을 때 비해선 관심을 많이 못 받는 듯하여 안쓰러워 붙여진 태명이다. 그리고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 쓰담쓰담~'이라는 뜻도 있다. 그렇게 라도 존재 자체로 빛나고 위안받으라고 말이다.  둘 다 똑같이 소중하지만 현재 눈앞에 있는 일들을 헤쳐 나가기에 급급하다 보니 가끔은 둘째가 있는 듯 없는 듯한 것도 사실이다. 아직 아이 둘을 키우는 사람들이 근처에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건 원래 다들 비슷하게 느끼는 건가?


 아토 때는 아내 배에다 귀도 기울이고, 책도 읽어주고, 음악도 들려주며 태교도  열심히 했던 걸로 기억한다. 대화도 자주 시도했었다.  자라다가 나와서 웃으며 보자고, 우렁차게 울며 " 태어났다!!" 라며 세상에 알려야 하니 그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보며 웃을 거라고 그렇게 속삭이며 지냈다. 아내와도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신기해서 많이 설레 하고 감성적이고 그랬던  같다.  아내가 혼자 집에 있었으니, 친구와 여행도 다녀오라 보내고,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다양한 체험도 하게 했었다. 지금 우리 쓰담이 한테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죽겠다. 담아 미안해!


 아내는 그래도 늘 함께 붙어(?) 있으니 나보다는 훨씬 많은 교감을 하겠지만, 입덧을 너무 심하게 해서 안 그래도 작은데 뭔가 더 수척해진 것 같기도 하다. 쓰담이 도 딸 일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이제 딸이 둘이라는 게 아직은 현실에 와닿지는 않는다. 아들을 키워보진 않았지만 딸을 늘 원했던 나로선 기쁨을 숨길수 없었다. 쓰담이는 올 9월 말에 태어날 예정이다. 아토도 생일이 9월인데 딱 겹치게 생겼다.  


 아토를 뱃속에 가지고 있을 때 아내는 파스타를 그렇게 찾았었는데, 지금은 크게 당기는 게 없다고 한다. 그래도 미리 걱정했던 것처럼 아이 하나를 몸에 품고, 그 두어 배는 되는 아이 하나를 더 본다는 게 나는 상상이 가질 않아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퍼부어 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모쪼록 그래서 바빴던 날들이 훨씬 더 바쁘게 느껴진다. 또 신생아 때 잠 못 잘 거 대비하면 지금이라도 푹 자 둬야 할 텐데 말이다. 인생이 더 풍부해졌다. 혼자 자취방 원룸에 누워서 오늘은 누굴 만나지, 뭐하고 놀지 고민하다가 결국 귀찮아 혼자 치킨 한 마리와 맥주를 시키고 이미 봤던 영화나 다시 보던 지루했던 날들에 비하면 정말 너무나도 풍부해졌다. 몸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지금 난 내가 바라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우울 속에 빠져 지내던 날들도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잘 생각도 나질 않는다. 생각 날 겨를이 없는 것 같다. 이게 가족의 묘미인가 싶다. 열심히 살다 보면 또 한층 더 밝아지고 웃을 날들이 올 것이다.

대한민국 엄빠들 파이팅!


( cold play - fix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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