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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이 May 21. 2022

아수타다

아토의 질투

 요즘 들어 유난히 아토는 짜증이 많아졌다. 코감기가 한번 심하게 걸리고 벌써 3주가량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쉽사리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밥도 잘 안 먹고, 짜증이 심해졌다. 특히나 아내와 보내는 날이면 어찌나 자지러지게 우는지, 설거지 한 번을 제대로 못하게 하더란다. 단순하게 아프니까 그렇겠지 라며 우리는 치료에 전념하며 아토를 보살폈다.


 오늘 아침에도 아토의 귀를 찌르는듯한 고음이 섞긴 짜증에 눈을 떴다. 아침부터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자고 일어난 아토에게 기저귀를 갈아준다는 아내의 말은 듣지도 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이쯤 되면 나는 불현듯 '조금 엄한 소리를 내야 하나' 하고 생각이 스쳐간다. 하지만 아내랑 약속한 것이 하나 있는데, 한 사람이 아이와 소통하고 있을 때 끼어들어서 훈육을 하지 않기로 했기에 잠자코 상황을 지켜봤다. 어찌어찌 아토는 감정을 추스렀지만, 아내가 너무 힘들어 보였다.


 회사에서 퇴근을 하며 엄마와 통화를 했다. 마침 할머니와 함께 밭일을 하고는 쉬고 계시다기에 할머니께도 이런저런 안부를 여쭙고, 근황 토크도 하던 중 아토 이야기가 나왔다.


"어휴, 할머니는 신기하시겠어요. 똥기저귀 몇 번이고 갈아주며 키운 아이들이 커서 이렇게 또 자식들 똥기저귀를 갈아주고 있으니.."


"그럼~ 세월 참 빠르다~ 아이 키우는 게 보통이 아니지?"


"네.. 요즘 들어 아주 죽겠어요... 어찌나 짜증을 내고 심통을 부리는지 참 밥도 안 먹고..."


"아수타는가보다 그거~"


"네..?? 아스타요..??"


"아수탄다고 옛날 어른들이 하던 말이야~ 어미 뱃속에 동생 생겼다고 지금 스트레스받아서 그러는 거야~"


 집에 도착해서 할머니가 해주신 이야기를 아내에게 전해주며 어떤 말인지 찾아보니, 충청도 지방의 방언으로 동생이 생겨 야위는 아이들을 칭하는 말이었다. 뜻풀이 자체가 이렇게 안쓰러워 보이는 말도 있었구나..


 힘들겠다며 툭 건네듯 말씀해주신 할머니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엄마와 삼촌들은 물론이고 나를 포함한 손자, 손녀들까지 세월을 바쳐 열댓 명을 직접 거뜬하게 키워내신 할머니. 갑자기 새삼 너무 대단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하던 중 다시 토가 정이 됐다.


 일종의 소외감이랄까, 박탈감이랄까.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도록 해주려 해도, 아토가 우리의 마음을 전부 헤아려줄  있을까? 쓰담이가 나오고 나서 아장아장 걷기 전까지는 큰 각오가 필요할 듯하다. 아토는  보다 또 직접 동생을 가지고 있는 아내에게   애착과 집착이 보이긴 하지만, 내일부터 많은 사랑이 느껴지게  줘야지 오늘도 마음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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