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천천히, 청혼은 빠르게
"나랑 결혼할래?"
연애를 시작한지 일주일, 청혼을 받았다.
뭐? 나랑 지금 뭘 하자고?
아니 무슨 그런 말을 자취방에서 꼬깃꼬깃 끓여낸 된장찌개를 앞에 두고 하니?
아니 것보다도 난 전세계의 더 많은 오빠들을 만나야하는뒈!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이 들엇지만 겉으로 나오는건 어색한 미소뿐이었다.
남자는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엇다.
당연히 제대로된 집밥을 먹을 일이 없을 것 같아 가정식을 해주기로 했다.
압력밥솥에 칙칙폭폭 밥을 짓고 그와 장 본 재료로 뚝배기에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였다.
나는 평소 하드코어한 잡곡밥만 먹는데 반해 남자는 흰쌀밥 매니아였다.
밥 좀 퍼달라 그랬는데 남자는 처음에 밥이 너무 씨꺼매서 다 탄 줄 알았다고 했다.
지금도 난 죽어라 잡곡밥만 해대고 남편은 카레와 오므라이스, 낫또에서 만큼은 흰쌀밥을 포기할 수 없다며 햇반을 뎁힌다.
결국 잡곡의 비율을 낮추는 걸로 협상했다. 덕분에 우리집 밥은 당시에 비해 많이 뽀얘졌다.
된장찌개는 평소 제일 자신있어하던 메뉴라 그가 어서 맛을 보길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한입 맛보고 나면 '우와 맛있다, 어떻게 끓였어?', '이런거 정말 오랜만에 먹어봐' 하겠지.
그럼 난 '그치? 헤헤'라고 맞장구를 쳐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데 지금 이남자는 된장찌개를 먹고 한다는 소리가 결혼하쟨다.
웃으며 손사래를 치려고 하는데 이 남자 눈빛이 초롱거린다.
이 사람 진심이구나.
" 저 오빠..물론 나도 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나라도 나같은 여자랑 결혼하고 싶을거야. 흐흐흐
근데 아직 우린 만난지도 얼마 안됐고 서로 잘 모르잖아? 결혼이 얼마나 인생에 큰 결정인데 내가 오빠에 대해 뭘 안다고 결혼을 하네마네 하겠어."
"음, 나는 우선 외동아들이고 우리 부모님은 65세까지 정년이시고 연금도 나와서 우리가 안도와도 돼. 블라블라."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꺼내는 남자에게서 사뭇 진지함을 느꼈다.
씁, 이 남자 매력적인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남편은 나를 꼬셔서 결혼에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장점들을 아주 잘 포장했던 것 같다.
물론 재벌집 아들인줄 알고 결혼한 것도 아니었고 남자의 포장이 나름 납득이 가는 수준이었기에
아침드라마급의 큰 반전은 없이 잘 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집들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애환이 있다.
그 치부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우리는 한 가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