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메위크가 돌아왔다며 남자가 신사동 엘본더테이블에 예약두었다고 정식으로 제대로된 데이트를 하자 했다.
그동안 남자를 만났을 때 내 의상을 생각해보면
소개팅 당일: 검정 가죽 라이더 자켓 + 롱니트티 + 검정 탐스
교보문고: 비둘기 아줌마 가디건 + 무쟈케 큰 막 둘러감은 머플러 + 하얀 트루발란스 워킹화
인천공항: 아베 빈티지 빨강 후드 + 스키니 진 + 어그 + 여진족 같은 모피 (후에 이름을 '여진이' 라 붙였다)
킴스클럽: 체크 남방 + 스키니 진 + 빨강 탐스
이거 뭐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단 생각에 슬몃 미안해졌다.
그래도 여자친군데 예쁜 모습 한번 보여줘야지 않겠나 싶은 생각에
고데기 빡세게 넣은 풍성한 웨이브 + 속눈썹 한올한올 올린 메이크업 + 질스튜어트 A라인 원피스 + 9cm 스텔레토 메리제인 힐로
러블리 전투템을 풀장착하고 나섰다.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쥐. 봤냐.
매니저는 고메위크라 예약이 꽉 차있어 죄송하다며 문간자리로 안내했다.
옆테이블에는 4인 가족이 와 있었는데
아빠로 보이는 아저씨는 파워블로거 지망생이었는지
똑딱이를 가지고 플래쉬를 터뜨려가며 나오는 음식마다 다각도로 또
두 딸내미에 아내사진까지 쉴새없이 찍어대는 통에
우리는 파파라치에 시달리는 할리우드 셀러브리티가 된 것 마냥 내 생애 가장 눈부신 식사를 해야했다.
마지막에는 무언가 컴플레인을 강하게 걸며 엘본 정도되는 식당에서 이게 말이 되냐 떠벌떠벌 해대더니
마침내 코스에는 포함되어있지 않은 디저트 서비스까지 받아 네가족이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아저씨의 얼굴에는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뿌듯함이 감돌았다.
아저씨는 잊지 않고 그 디저트 사진까지 찍었다. 플래시 터트리며 팡
옆아저씨의 화려한 진상 덕에 우리는 눈빛을 교환하느라 한층 더 가까워진 듯 했다.
역시 사람이 친해지는데는 같이 남 흉보는 것만한게 없다.
집 앞에 내려주며 남자가 말했다.
미래의 남편- 아 내가 말했나. 오늘 정말 예쁘다고. 역시 나의 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어.
작은 키 따위 이젠 상관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