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도전

다칠 준비가 돼 있어

by 심효진

인생은 언제나 작은 도전들이 쌓여 역사가 된다.

수술 후 병실로 옮겨지는 순간부터 새로운 도전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위대한 도전은 이동침대에서 병실 침대로 몸 옮기기.

몇 번인가 전신마취를 요하는 수술을 해보았지만 언제나 이것은 처음 마주하는 위대한 도전이다.

겨우겨우 침대로 몸을 옮기고 좀 쉬려니 간호사가 들어와 두 번째 미션을 주어준다.

모로 눕기.

‘지금 생살을 째고 자궁을 한번 들었다 놨는데 모로 돌아누구라구욧?!’

하고 마음 깊이 외쳤지만 그래야 장이 유착이 안된다는 말에 두 번 수술하게 될까 무서워 안간힘을 써 미션을 수행했다.

근데 뭐? 30분 마다 반대로 돌아누우라고?

아놔

하라면 해야지..

30분은 왜 그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내 몸뚱이 하나가 이리도 가누기 힘들어서야..

반대로 몸을 굴릴 때마다 다음 회차엔 더 나아질거란 생각으로 몸을 굴렸다.

그런데 그렇게 참아온 나에게 뭐?

내일 아침엔 일어나 앉아보라고?! 심지어 걸어보라고?!!!

일어나라면 일어나야지.

다음날 새벽 혼자 일어나 앉아 있었다.

세상이 핑- 돈다.

때마침 상태를 확인하려 들어온 수간호사님의 눈이 땡그래졌다.

“어머, 앉아있네요?” ㅎㅅㅎ

앉으라매요..

아주 잘하고 있다며 그대로 나가셨다.

몇 시간 후 혼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때마침 수액을 갈러 들어온 다른 간호사님의 눈이 땡그래졌다.

“어머, 일어서셨네요?” ㅎㅅㅎ

일어서라매요..

난 그날 오후 소변줄을 꽂은 채 인류의 위대한 진화의 첫걸음, 직립보행을 몸소 시전했다.






임신과 출산을 겪고 엄마가 된다는 것은 처녀적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다채롭게 일어난다.

제대로 몸을 못 가누는 날 위해 남편은 세시간마다 패드를 갈아줘야했고 소변주머니를 비워냈으며 빨대를 꼽아 물을 먹여주고 수건에 물을 적셔 내 몸을 닦아주며 열을 내려주었다.

그렇게 딸을 가지고 싶어하더니 자기만한 딸이 생긴 기분이라고 했다.

다리를 벌리고 패드를 갈고 있는 남편을 내려보자니 진짜 부부가 된 기분이었다.

n년을 살아온 아빠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을 고작 1년반 알아온 이 남자에게는 보여줄 수 있는 아이러니라니.. 부부란 이런건가보다.




역시나 그 때도 패드를 갈던 중이었다.

불쑥 들어온 그 얼굴은 병원에서 준 팜플렛에서 본 적이 있었다.

다름 아닌 그 이름도 휘황찬란한 ‘국제모유수유전문가’. 그 어떤 모유수유에 대한 고민도 해결해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의 그녀는 그렇게 불쑥 우리의 병실을 찾았다.


당황한 남편은

“ 저 지금 패드 교체 중이라 조금 후에 들어오시면 안될까요?” 라고 물었지만

“ 아이 뭐, 가슴도 만질건데.”

라는 그녀의 쿨한 반응에 바로 찌그러져야만했다.

그녀는 거침없이 내 앞섬을 풀고 유륜을 쭈물쭈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 음, 수유할 준비를 하고 있네요. 아직 유륜이 딱딱하니까 세시간마다 3분씩 마사지를 해줘요.”

쿨한 조언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질 동안 남편은 내 발 아래에서 여전히 패드를 교체중인 채로얼어있었다.

그녀가 떠나고 우리는 눈을 마주쳤다.


얼마 간의 정적이 흐르고 이해한다는 그의 눈빛에 나는 한마디 보탰다.

“여보, 엄마가 된다는 건 참 처녀적엔 상상도 못할 굴욕적인 일들의 연속 같아.”

웃음이 났지만 아랫배가 너무 땡겨 겨우 참았다.


그런 나를 남편은 꼭 안아주었다.


생후 일주일, 수유를 마치고 잠든 모습